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1일 아랍권 지도자들에게 아랍-이스라엘간의 분쟁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올메르트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압둘라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을 포함한 아랍 정상들에게 만나서 대화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그는 압둘라 사우디 국왕을 "매우 중요한 지도자"로 평가하면서 압둘라 국왕이 온건한 아랍국가 지도자들의 회동을 조직해 자신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초청한다면 기꺼이 참석해 견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친미(親美) 아랍 4개국과 분쟁의 직접 당사자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및 중동분쟁에 관계된 4자로 불리는 유엔, 미국, 러시아, EU가 참가하는 다자회의의 성사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유엔과 미국은 이달 중 중동분쟁 해법을 논의하는 다자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랍국가들과 대화하겠다는 올메르트 총리의 발언은 아랍 정상들이 지난달 28∼29일 사우디에서 모임을 갖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풀기 위한 평화안을 제시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이 평화안은 아랍권이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직전의 국경을 기준으로 한 이스라엘을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평화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3차 중동전쟁 때 무력점령한 뒤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무시하고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는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 및 골란고원을 포기해야 한다.
또 400만명으로 추산되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원래 살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스라엘은 그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02년 처음 공개된 이 평화안을 거부해왔다.
이와 관련, 올메르트 총리는 사우디를 포함한 온건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평화를 성취하는 일에 적극 개입하길 원하고 있다며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을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미래의 해결책에 관한 조건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담이 열리면 양측은 각자의 요구사항을 들고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화는 가능하지만 아랍권의 평화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사이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협상 대표는 올메르트 총리가 아랍 평화안을 받아들여야 평화정착 방안을 논의하게 될 많은 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아랍 평화안의 수용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말이 중요하지만 내뱉은 말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메르트 총리가 분쟁 해결의 열쇠를 쥔 하마스 내각과의 대화를 기피하면서 주변의 친미 아랍권 국가들과 대화하겠다고 하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쟁점의 본질을 흐리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압바스 수반의 측근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중의 다수를 대변하는 공동내각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공동내각을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분쟁 해결의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압바스 수반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EU가 자치정부에 봉쇄제재를 지속할 정당성이 없다며 서방권이 이스라엘 입장에 동조해 자치정부를 제재하고 있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카이로=연합뉴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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