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에 나서고 있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의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성사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주중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SK그룹, LG그룹에 이 위원장과 각 그룹 회장간의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올해 1월 취임한 이 위원장은 `파업을 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 `대화로 풀 수 있는 것은 대화로 풀겠다'는 기조 아래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을 방문,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있고 재벌그룹 회장과의 면담 추진은 이런 대화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무노조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그룹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이 노조 조직화의 최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는 상태여서 이 위원장과 이 회장의 면담이 성사된다면 노동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하루 이틀된 이야기가 아니지만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가 지난 2월 노조 설립을 막는 삼성그룹에 맞서 노동운동을 벌이다 회사측으로부터 고발을 당해 재판을 받고 수감중인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48)씨를 양심수로 선정하면서 노동계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당시 "삼성을 상대로 노동기본권 획득을 위해 10년 넘게 투쟁한 김 위원장이 `비폭력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다가 구금된 사람'이라는 개념의 양심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노조 등 강성 노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 20일 박정인 수석부회장이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갖고 금속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에 따른 협력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민노총은 당초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현대차그룹측이 "정 회장이 현재 재판중인 만큼 전권을 위임받은 수석 부회장을 만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 박 부회장과 면담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삼성과의 면담이 성사되면 제조업 공동화나 중소기업 및 하청업체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생각"이라며 "비록 삼성에 노조가 없지만 대표적 노동단체인 민노총과 면담을 갖고 제조업 공동화 등 경제계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는데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승만 삼성그룹 홍보 담당 상무는 "공문이 아직 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수락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며 "공문이 오면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 및 경영계와의 대화 채널 구축과 병행해서 현장 조직 추스르기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26일 오전 4시30분 인천시 동암역 새벽 인력시장에서 현장대장정 출정식을 갖고 6개월간의 현장 대장정에 오른다.
이 위원장은 "6개월 동안 현장을 돌며 조직 복원과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등에 대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이라며 "부처 장관이나 재벌그룹 회장과의 일정이 잡히면 현장대장정 중이라도 일정을 조정해 면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b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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