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새 자치정부가 17일 이스라엘 인정, 무력(폭력)저항 포기, 기존 협정 준수 등 이스라엘과 미국이 요구해온 3대 사항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맞서 새 자치정부와의 접촉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이 계속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마일 하니야 자치정부 총리는 이날 새 내각 인준을 위해 소집된 자치의회에서 한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을 모두 회복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무력저항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새 내각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 사이에 체결된 협정과 국제사회가 채택한 팔레스타인 관련 결의들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하고 작년 3월 하마스 단독 내각 출범 이후 자치정부에 가해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원조중단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조직들이 작년 6월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돼 있는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의 교환 석방 원칙을 강조하면서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정책노선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하니야 총리의 이 같은 연설내용은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무력(폭력) 저항을 포기하기 하라는 이스라엘과 미국, EU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또 팔레스타인의 이익에 배치되는 조항들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한 "존중" 입장은 기존 협정들을 "준수"하라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은 새 팔레스타인 내각이 독립국을 건설하기 위한 수단으로 "테러"를 공인했다며 새 자치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기피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리 에이신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새 팔레스타인 내각의 정책에는 저항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건설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팔레스타인 측이 말하는 "저항"은 "테러"라고 주장했다.
에이신 대변인은 새 팔레스타인 내각이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테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새 내각과도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에 비교적 온건한 노선을 견지해 온 압바스 수반은 이날 자치의회 연설에서 "모든 형태의 폭력을 거부한다"며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 내각에 대한 아랍권과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반응들이 미국과 EU의 원조중단 제재 해제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원조를 재개할 것을 서방권에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의회는 이날 하니야 총리를 포함한 하마스 소속 12명, 파타당 소속 6명, 무소속 7명 등 모두 25명으로 구성된 공동내각 구성안을 승인해 하마스 단독 내각을 대체하는 새 내각이 공식 출범한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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