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도전 끝에, 마침내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현대 미국 영화사의 거장으로 꼽히는 마틴 스코세이지(65) 감독이 홍콩 영화 '무간도' 리메이크작 '디파티드'로 26일(한국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9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힌 감독상과 작품상을 한꺼번에 수상했다.
뉴욕대 영화학과 출신으로 1968년 '내 방문을 두드리는 게 누구야?'로 장편 데뷔한 스코세이지는 1973년 '비열한 거리'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스코세이지는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감독상 후보에만 모두 일곱 차례 거명됐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1976, '택시드라이버'),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1990, '좋은 친구들')을 비롯해 골든글로브상, 뉴욕 영화평론가상, LA영화평론가 협회상 등 주요 상을 수상했음에도 유독 오스카만이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성난 황소'(1981),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9), '좋은 친구들'(1990), '순수의 시대'(1994), '갱스 오브 뉴욕'(2003), '에비에이터'(2005)에 이어 '디파티드'가 올랐던 것. 그가 만든 후보작들은 모두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막상 수상의 영예는 누리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후보에 올랐지만 그의 강력한 맞수는 배우 출신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 2005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이스트우드가 감독상의 기쁨을 누린 데다 이번에도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로 가장 막강한 상대로 꼽혔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수십 명의 이름을 호명할 정도로 미국 영화계의 주류로 인정받았으며 "병원에 갈 때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나 '오스카상 받으셔야죠'라는 인사를 받았고, 이런 여러분들의 염원이 오늘을 있게 한 것 같다"고 밝힐 만큼 영화인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그의 오스카상 수상 여부는 관심을 모았다.
이탈리아 시칠리아계 이민자로 뉴욕에 정착한 집안인 마틴 스코세이지는 '좋은 친구들' '갱스 오브 뉴욕' 등 갱스터 영화를 통해 자신의 핏줄에 대한 탐구를 하기도 했다. 우디 앨런과 함께 할리우드 시스템을 벗어난 '뉴욕파'의 대표적 감독으로 통하는 그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사실적인 표현으로 드러내왔다.
163㎝의 단신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미국 사회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던지면서도 인간적인 감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평을 받은 스콜세이지 감독은 비록 늦었더라도 오스카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감독이다.
(서울=연합뉴스) ka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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