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담 대법관은 26일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정하면서 당연히 항소심에서 감형될 것을 고려해 정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관은 이날 오전 사법연수원에서 형사 1심 재판장이 된 부장판사 14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흘 일정의 `형사재판장 연수'에서 부장판사들에게 "항소심에서 자신의 판결이 파기되는 비율을 낮추기 위해 충실히 양형심리에 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연수는 법정 심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공판중심주의적 법정 심리절차를 실현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형사재판의 변화 내용과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항소심 재판부의 1심 파기율은 1995년 63.1%으로 정점에 달한 이후 최근 몇 해 사이 감소해 2005년 5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절반을 웃돌고 있다.
김 대법관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온정적 선고, 구두변론이 상당 부분 생략된 재판절차, 서류 중심의 왜곡된 형사재판 등을 사법불신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고심 없이 적당한 편의주의적 사고에 따라 양형을 하지 말아야 한다. 피고인과 변호인 입장에서 항소심의 감형이 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무조건 항소를 하게 될 것이다"며 1심 재판장들은 자신의 선고가 최종이라는 생각을 갖고 양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소심의 형량 변경이 잦아지면 법원 판결이 온정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항소하지 않고 판결에 승복하는 피고인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전관예우, 유전무죄ㆍ무전유죄와 같은 의구심이 만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심 형량이 기준에 현저하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파기를 자제하고 1심 판결을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항소심 재판장의 인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법원의 1심 및 항소심 법관들이 양형실무위원회를 상시적으로 열어 죄명별 양형인자나 양형 가이드라인, 파기 사유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김 대법관은 밝혔다.
그는 전관예우 문제를 사법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의 하나로 꼽으며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듯 법관들은 사소한 문제라도 사법부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전관 변호인과 관계에서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초동 청사에서 각급 법원 재판장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형사항소심 재판장 회의'를 개최하고 ▲현행 형사항소심의 문제점 ▲항소심의 기능과 역할 ▲1심과 항소심의 관계 정립 방안 등을 논의한다.
(서울=연합뉴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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