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비한 현대식 마천루와 화려한 네온사인.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는 막대한 해외 투자를 동력으로 두자릿대 성장률을 구가하며 중국의 성장 신화를 써 왔다. 지금의 상하이를 이끌어 온 주인공은 첸량위(사진) 전 당서기 및 중앙정치국 위원. 첸은 그러나 지난해 가을 잘못된 시정 운영과 사회보장기금 횡령, 직위 남용 등 혐의로 축출돼 현재 구금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금 비리 혐의로 해임된 상하이방의 거물 천 전 당서기 사건으로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던 상하이가 부패 척결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서 손꼽히는 권력자이자 상하이 성장 중심에 있던 첸의 몰락은 한 관료의 해임이라는 의미를 넘어 '상하이 주식회사'라는 경제 모델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낳고 있다.
지방 관료에게 막강한 권력이 주어진 중국의 특성상 첸은 제조업부터 금융, 부동산까지 상하이 산업의 45%를 지배해 왔다. 연금펀드로 대형 프로젝트 자금을 지원했고, 자신이 즐기는 테니스와 클래식 음악 활성화를 위해 대형 테니스장 및 화려한 오페라 하우스를 건립하기도 했다.
상하이 당국을 통해 자신이 대표로 있던 상하이 일렉트릭의 지분을 매각했고, 불법을 일삼은 동료를 비호하는가 하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가족들의 뒤를 봐주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중앙정부와의 갈등도 점점 불거져 2005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세금 부과 지시에도 첸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공산당은 이미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동일한 사건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조사중이다.
'원숭이를 겁주려면 닭을 죽여라'는 말처럼 천 전 서기의 축출은 관료들은 물론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상하이의 성장 방식이 더 이상 중국 정부의 우선 순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상하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허가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상하이 경제는 12% 성장하며 15년 연속 두자릿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부동산 개발 등 고정자산 투자 증가세는 2년 전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투자처로서의 매력도 사라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통적인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가 아닌 톈진에 완화된 외환 규정을 적용키로 승인했다. 일부 외국 투자자들은 이제 상하이보다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옳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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