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의 무장세력들이 12일 과도정부 주도의 군대에 합류하기로 해 오랜 기간 내전으로 고통받아온 소말리아가 안정화의 길로 들어설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장세력 지도자들은 이날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압둘라히 유수프 과도정부 대통령을 만나 평화 회복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압디라흐만 디나리 과도정부 대변인은 유수프 대통령이 무장세력 지도자 3명과 다른 정파 지도자 2명을 만나 이 같이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는 무장세력이 무기를 버리고 정부 군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소말리아에는 현재 여러 무장세력에 소속된 약 2만 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합의에는 과도정부와 가장 격렬하게 싸워온 이슬람 무장세력(UIC)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슬람 무장세력은 에티오피아 군의 지원을 받은 과도정부 군의 공세에 밀려 6개월 가량 점령했던 모가디슈를 포기하고 지난해 말 케냐 접경 지대로 달아났다.
에티오피아 군과 과도정부 군은 미군의 도움을 받아 현재 이들을 소탕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군은 지난 8일을 전후해 소말리아 남부 지역으로 도주한 이슬람 무장세력과 이들의 보호를 받아온 알-카에다 용의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공습을 단행했으며, 이로 인해 민간인을 포함해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그러나 지난 8일 한차례 공습한 사실만 시인하면서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현지 주민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내전의 당사자였던 무장세력들이 소말리아 과도정부를 중심으로 뭉치기로 함에 따라 미국과 에티오피아가 지원하는 과도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무장세력 대표들과 유수프 대통령이 만난 모가디슈의 대통령 관저 부근에서 무장요원들과 정부 군 소속 병사들이 장갑차량 주차 문제를 둘러싼 사소한 시비 끝에 교전을 벌여 여러 명이 사상하는 등 양측 간에 불신의 골이 깊다.
이 때문에 무장세력들이 합의 대로 과도정부 군에 실제로 합류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말리아는 지난 91년 독재권력을 휘둘러온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정권이 군벌연합세력의 반란으로 붕괴한 후 여러 분파로 갈라져 있는 군벌 및 부족 세력 간의 무력다툼으로 내전이 발발했다.
소말리아 내전 초기에 개입했던 미군은 93년 저항공격을 받아 블랙호크 헬기 1대가 격추돼 병사 18명이 사망하면서 완전히 발을 뺐다가 이슬람 무장세력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진 지난해부터 소말리아 사태에 본격적으로 다시 개입하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가 지난해 12월 소말리아에 병력을 들여보내 과도정부를 지원한 것은 미국의 요청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소말리아에서는 내전 발발 이후 중앙정부를 세우려는 13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내부 싸움으로 번번이 실패했고, 2004년에야 비로소 유수프 대통령 주도의 과도정부가 출범했다.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강조하는 이슬람 무장세력은 지난해 모가디슈를 점령해 과도정부와 다른 군벌들을 압도하는 최대의 정치세력으로 컸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결국 패퇴하고 과도정부가 소말리아의 정국 주도권을 다시 장악하게 됐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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