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朴寬用.한나라당) 전 국회의장이 8일 과거 대선경험을 토대로 대세론 및 계파간 분열, 유력주자의 탈당 등을 경계하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전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경선 중립을 표방한 한나라당 `희망모임' 주최로
열린 워크숍에서 "87년 6월항쟁 직후 대선 분위기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인사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양김이
분열, 대세론이 무참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98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후보가 9명, 이
른바 `9룡(龍)'이었다"면서 "(이들은) 경선승복을 그렇게 맹세했지만, 이회창(李會
昌) 후보 선출 직후 이인제(李仁濟) 의원을 비롯한 6명이 전부 탈당했다"고 지적했
다.
그는 "2002년에도 전국적으로 한나라당이 가는 곳 마다 환영받았지만 결과적으
로 정권을 못잡았다"면서 "4번의 대세론이 있었는데 3번 실패했다"며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한나라당 대세론 및 주자간 분열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각 후보들이 전국을 돌면 조직이 거대해지고, 후보가 자유로운 몸을
가질 수 없다"면서 "새 정당을 만들만한 인적자원을 갖고 있으면 정당을 하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구당 위원장이나 현역 의원은 (특정 후보에 대해) 전대까지 한시적
지지를 보이고, 가능한 캠프와는 밀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탈당하는 후보가
있다면 동반 탈당을 않는다는 대국민 선언이 있어야 하며, 경선을 거부하고 당을 달
리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 후보를) 거부하는 국민운동을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 정도 지지율이면 승리가 눈앞에 왔다고 자만할 지 모르지만 이는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상대적 지지일 뿐인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지지"라며 "한나라당
은 보수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확신이 부족하고, 캠프의 움직임만 보이고 중앙당
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대통령 탄핵사태를 회고하면서는 "방송이 선거에 개입하면 얼마나
엄청난 지 탄핵 후폭풍에서 보았다"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단언컨데 이 정부는 `투
투(two two)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공영방송을 앞장세워 홍보전에 투여하고, 정권
에 비판적인 메이저 언론에 최대한 탄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에 참석한 대선주자들은 화합과 의원 줄세우기 자제를 한목소리로 다
짐했다.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국민의 여망인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남은 1
년간 겸허한 자세로 화합하고 단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누가 후보
가 되는지 보다 정권을 교체하느냐 안하느냐가 더 중요한 지도 모른다. 후보를 안
심하고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 역시 "정도를 걷고 당이 화합하고 하나로 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으며,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정권교체라는 우리의 절대적 과제
를 이루기 위해서는 `의원 줄서기'와 `언론줄서기'가 없어져야 희망이 있다"고 목소
리를 높였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는 개인일정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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