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북한의 외교사령탑을 맡아 온 백남순 외무상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핵문제를 비롯한 북한의 주요 외교 노선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데 대부분의 관측이 일치한다.
이는 숨진 백 외무상이 지난 98년부터 장기간 외무상을 맡아 왔지만 실제 중요
한 북한의 외교 정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결심과 이에 따른 직할 체제 하에
서 실행돼 왔기 때문이다.
백 외무상의 역할이 대외행사 참석 등 사실상 얼굴 마담격에 불과했고, 외무성
내 실권은 강석주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 라인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서도
이런 사실은 확인된다.
이 때문에 단순히 백남순의 사망 사실만으로 북한 외교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기
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백 외무상이 주로 의례적인 활동만 해 오고, 실질적인
실권은 강석주 제1부상이 다 행사했다고 보여진다"면서 "이 때문에 백남순 사망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교의 큰 기조나 정책의 변화는 전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백 외무상이 외교책임자였긴 했지만 의례적이고 상징적인 활동만 해왔다"
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들도 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백남순이 핵 문제와 관련해 별로 역할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관계나 6자회담 문제 등에서도 백 외무상의 사망이 미칠 영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물론 6자회담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백남순은 이미 영향력이 없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임 외무상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기술적인 측면에서 미세한 변화는 있을
수 있다.
특히 실권을 가진 강석주 제1부상이 외무상으로 승진 기용될 경우 아세안지역안
보포럼(ARF) 외무장관 회담이나 유엔 총회 등의 기회에 강 부상이 직접 참석함으로
써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북한의 고위급 외교 활동이 전개될 가능성은 있
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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