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이 피의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수사를 받는 피의자에게 적극적으로 진술을 거부하도록 권유할 수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이는 피의자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변호권 행사 범위를 구체화 한 첫 결정으
로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변호인의 변호권 행사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배용준 판사는 3일 `일심회 사건' 변호인 장모씨가 "
변호인의 참여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강제퇴거처분 등
에 대한 준항고 사건에서 "국정원장이 장씨에 대해 퇴거를 명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변호인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은 수사관의 불법적이거나
부적절한 신문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피의자 요청에 따라 수동적으로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도록 조언할 수 있으며 피의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능동적으로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권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 장모씨는 작년 11월8일 국정원 조사실에서 장민호씨에 대한 피의자신문
에 참여, 수사관이 혐의사실과 관계없는 신문을 한다고 판단해 항의하다가 수사관의
질문이 계속되자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해 강제로
퇴실당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입회'에 한정시키면 형식적인 것에 불
과하고 피의자는 효과적인 조력을 받을 수 없다"며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피의자로
서는 헌법상의 진술거부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고 부당한 신문 방지를 위해 변호인
의 적극적인 조력이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당시 진술거부권 행사 권유 행위는 정당한 변호권의 범위 내의
행위이고 이의제기도 수사관의 불법ㆍ부적절한 신문방법에 대한 것으로 수사관이 장
변호사의 이의제기에도 신문을 계속했던 당시 상황에 비춰 수사를 방해하는 정도에
는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변호인 설모씨가 "국정원이 신문내용을 기록하지 못하게 했다"
며 국정원의 기록금지 처분에 이의를 제기한데 대해서는 "준항고의 대상이 되는 '구
금에 관한 처분'이라고 볼수 없다"며 기각했다.
형사소송법 제417조에서 규정한 준항고의 대상이 되는 `구금에 관한 처분'은 검
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
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 설씨는 앞서 11월7일 국정원 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으로 참여
해 피의자신문의 문답내용을 기록하다가 수사관으로부터 대검찰청 예규 형식의 `변
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을 근거로 신문내용의 기록을 중지할 것을 요구
받고 기록을 중단했었다.
일선 수사기관이 활용하고 있는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운영지침'에 따르면 참
여변호인은 피의자신문이 종료된 이후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신문중에는 검
사의 승인을 받아야하며, 검사는 변호인이 검사의 승인없이 신문에 개입해 제지하거
나 중단시키는 경우에 퇴거시킬 수 있도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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