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던 자신에게 주거지를 제공한 은인(恩人)을 살해한 뒤 돈을 훔쳐 달아난 `배은망덕'한 40대 노숙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이모(43)씨는 지난해 7월께 위궤양을
치료 받으려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지체장애로 병원을 출입하던 L(53)씨를 알게
됐다.
L씨는 무직이고 주거가 일정치 않던 이씨의 처지가 안타까워 지난해 11월27일부
터 서울 신길동 5평짜리 자신의 집에서 이씨와 같이 살며 친하게 지냈다.
지난해 12월4일 이씨는 L씨와 집 근처 시장에 장을 보러 함께 갔다가 L씨가 돈
을 꺼내기 위해 가방을 여는 순간 L씨의 검은색 손가방 속에 들어있던 두둑한 현금
을 보게 됐다.
이 돈은 지체장애 2급이었던 L씨가 매달 받는 정부보조금 36만원을 조금씩 모아
둔 돈이었다.
경마로 재산을 탕진했으나 여전히 장외 경마장을 찾아다니던 이씨는 지난달 8일
오후 10시30분께 신길동 집에서 잠자던 L씨의 머리를 옆에 있던 흉기로 내리쳐 숨지
게 한 뒤 현금 4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이씨는 훔친 돈을 경마 비용으로 썼으며 돈이 떨어지자 서울 은평구 구산동 E노
숙인쉼터에서 기거하다 붙잡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날 강도살인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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