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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동안 자장면만 수천 그릇 만들었으니 이젠 중국집 취직해도 되겠죠?"인천시 부평구 `짜짜봉사단' 회장 이향수(59.자영업)씨는 자장면 경력을 자랑하며 활짝 웃었다.

`짜짜봉사단'. 소외된 이웃들에게 자장면 급식 봉사를 해보자고 뭉친 이 특별한 봉사단의 역사는 1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타월대리점 주인, 횟집 주인, 플라스틱 도매점 주인 등 인천 부평시장 부근에서 서로 알음알음으로 알게돼 친목을 다지던 상인들과 회사원 등 평범한 사람들 10여명이 뭔가 보람있는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그러던 중 한 회원이 텔레비전에서 중화요리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양로원, 고아원 등에서 자장면을 만들어 봉사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자장면 급식 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회원 2명이 영업용으로 쓰던 화물차를 제공해 이동식 `자장면차'를 만들고 자장면 면발 뽑는 장비와 이동식 버너, 조리도구를 갖춘 뒤 회비로 면발과 양념 재료를 구입해 한달에 한번씩 자장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들 전문조리사가 아니다보니 처음엔 자장면 만드는 게 서툴렀지만 가까운 중국집에서 어깨너머로 배워가며 자장면을 반복해서 만들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자장면 맛도 점점 나아졌다.

처음엔 면을 삶는 게 서툴러 고생을 꽤 했는데 한 초등학교에서 결손가정 학생들과 인근 홀몸노인 300여명을 초대했을 때 노인들을 위해 면을 푹 익히고 학생들에겐 쫄깃한 면을 만들어주려다 양쪽 다 실패, 면발이 너무 붇거나 너무 안 익어 진땀을 뺀 적도 있었다.

또 자장면에 얹어 주는 계란프라이가 부족해 아이들이 서로 싸운 적도 있었고 늘 배고팠던 아이들이 주방에 들어와 계란을 훔쳐가는 것을 보면서 맘이 아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자장면을 먹을때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을 짓던 노인들과 아이들을 보면서 봉사활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어온 봉사가 벌써 10년을 꽉 채우고 11년째를 맞게 됐다.

처음엔 가까운 복지관이나 작은 양로원을 찾아 다니며 몇십 그릇 정도 만들던 것이 이제는 장봉도 섬까지 원정(?)을 나가 한번에 400그릇씩 만들기도 한다.

봉사 규모가 커지다보니 회원 가족들도 자주 참여하게 되고 자녀들에게 봉사가 대물림되기도 한다.

봉사단의 중추 회원인 박장식(47.회사원)씨의 아들 진철(18)군은 아버지를 따라 6년간 봉사활동을 함께 해 부평구에서 자원봉사상을 받기도 했고 작년에는 봉사단의 10년간 활동을 인정받아 부평구에서 우수봉사상까지 받는 `영예'를 안았다.

최근엔 입소문을 듣고 먼곳에서 봉사요청을 하거나 한번 찾아간 곳에서 다시 와 달라는 요청이 많아 어디에 가야할 지 고민할 지경이다.

"봉사를 하고나면 마음이 무척 편해져 계속 하다보니 어느새 10년이 됐네요. 20년이든 30년이든 회원들 가슴 속에 온정이 살아있는 한 `짜짜봉사'는 변함없이 계속될 겁니다"봉사단 회장 이향수씨는 "별로 큰 일도 아니라 내놓고 얘기하기가 쑥스럽다"며 한없이 몸을 낮췄다.

 

(인천=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1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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