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에서 사상최대의 순매도 행진을 벌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에 이어 새해 개장일인 2일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올해엔 `사자' 세력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연초 외국인들의 완만한 순매수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대규모 순매수 전환 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44억원과 85억원
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 지난해 사상최대의 순매도...12월 순매수 전환은 "긍정적"= 지난해 사상 최
대의 `팔자'에 나섰던 외국인들의 매도강도가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한해 10조7천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으나 연말로 접어든
2006년12월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월간으로 1조12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증시 주변에서는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 기조에 변화가 온 것으
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 안태강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간간이 매수전환 신호를 보이기는 했지
만 월간 단위 매수세 전환은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2007년 외국
인투자자들이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등 그동안 부진했던 업종 및 종목으로 외
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해 전기전자업종에서만 6조2천2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 "외국인 새해 첫날 대부분 순매수" = 대우증권이 지난 99년 이후 1월 첫 거
래일 외국인 매매동향을 조사한 결과, 북핵위기가 가시화되고 카드 대란 등으로 어
지러웠던 2003년의 소폭 순매도를 제외하고는 `사자'의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99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천836억원과 170억원의 순매
수를 기록했으며 2000년에는 거래소시장에서는 76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코
스닥시장에선 115억원어치를 팔았다.
2001년과 2002년에는 양대시장에서 각각 1천113억원과 7억원, 1천118억원과 96
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2004년과 2005년도 각각 446억원과 30억원, 987억원과
3
2억원의 `사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168억과 231억원 순매수였다.
다만 2003년엔 양대시장에서 60억원과 9억원의 순매도였다.
◆ 대규모 순매수 전환은 "글쎄"..."기조는 바뀌고 있는 듯" =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들의 순매수 동향이 완만한 기조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되지만
대규모 순매수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조재훈 부장은 "외국인들이 순매수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
만 아직까지 큰 규모가 아닌 만큼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면서 "일방적인 매도에
서 벗어나 매매균형을 찾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시장의 성장탄력이 다른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편인데다 아직 선진국시장에 편입되지는 못한 상태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사자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면서 "다만 지난해 외국인들이 한국의 비중을 크게 줄여
놓았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데다 다른 시장에 비해 덜 오른 만큼 가격메리트도 있어
선취매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지난달 8개월 만에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매도에서 매수로 기조가 바뀌는 모습"이라며 "올해 미국 금리 인하도
예상되는 만큼 매수 기조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당장은 시장모멘텀이 작용하고 있다기 보다는 저가 메리트에 의한
매수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이 지난해 수익률이 낮았던 주식
을 사고 수익률이 좋았던 것은 파는 등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하고 있는데다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이 대폭 축소돼 있어 연초에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면서 "그러나 기조적인 변화 여부는 한두 달 매매 흐름을 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 대규모 순매수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증시보다 기대수익률이 좋은 이머징마켓이 많은데다 IT업종의 성장성도 과거처
럼 확신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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