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실제 평균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목표치 하한선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수입단가가 큰 폭으로 올랐으나 경기둔화로 수요가
부진하면서 물가상승압력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2일 `2004∼2006년중 중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성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지난 3년간 평균 물가(근원인플레이션 기준) 상승률이 2.4%에 그쳐 중기물가목표 범
위(2.5∼3.5%)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이것은 2001∼2003년 물가상승률(근원 기준) 3.2%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한은은 3년 중기 물가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물가목표제가 채택된 1998년부
터 지난해 말까지 9년 동안 중 3년6개월(39.9%)은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범위를
이탈했다.
한국처럼 물가목표제를 도입한 국가 가운데 뉴질랜드의 경우 물가가 목표치를
벗어나면 중앙은행 총재 해임이 가능할 정도로 엄격한 책임을 묻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보다 낮은 것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이 국제유가 상승
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으나 기상여건 호조에 힘입어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이
둔화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 기간 경기둔화로 수요압력이 완화된 것도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소
비자들이 소비를 하지 않고 기업들이 설비투자 등을 주저하면서 물가상승 충격을 완
화한 것이다.
또 2001∼2003년 연 평균 4.5% 상승하던 집세가 지난 3년간 공급물량 확대 등으
로 0.6% 상승하는데 그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의 집세는 조사대상 가구 중 전세계약을 새로 체결해 신
규 입주한 가구나 전세계약을 갱신한 가구의 전세가격 상승만 반영해 실제 시중 전
셋값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밖에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으로 인해 원화환율 하락이 크게 가속화된 데다
명목임금 상승률이 2001~2003년 8% 중반에서 6% 초반으로 하락하고 중국 등으로
부터 소비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애초 전망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
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실제 물가상승률이 물가목표 하한을 밑돌았지만 명확하게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디플레이션(1% 내외)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경기,
금융시장 및 자산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물가상승률을
하한선 위로 올리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물가목표 이탈에 대한 중앙은행의 책임과 관련, "노르웨이, 헝가리
등 2000년대 들어 물가목표제를 도입한 국가들은 중앙은행에 목표 이탈에 대해 명시
적인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다"면서 "뉴질랜드 역시 실제 수차례 목표를 이탈했음에
도 총재를 해임한 사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올해부터는 물가안정 목표 대상을 근원물가에서 소비자물가로 변경하고
목표범위도 3±0.5%로 바꿔 관리한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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