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서울의 주택정책'은 시 산하기관인 SH공사가 분양하는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추고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함으로써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이번 대책은 공공 분야에서 `선도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민간
아파트 분양가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정책적 목표가 깔려있는 것이어서 주
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지난해 `고분양가 논란'을 야기했던 은평 뉴타운에는 적용
되지 않아 정책적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번 대책은 서울시가 지난해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 이후 `후분양제 도입'
방침을 발표한 뒤 분양가 심의위원회와 주택.건설 관련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마련
한 것으로 당장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 주변 시세와 연계 분양가 책정 = 시는 SH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가격
을 주변 시세와 연계해 책정할 방침이다.
전용 85㎡(25.7평) 이하의 신규 아파트의 경우 주변 시세의 75% 안팎, 전용 85㎡ 이
상의 경우 주변 시세의 85% 안팎으로 분양가를 책정함으로써 민간 분양주택의
분양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 사업 수지 등을 고려해 분양가 심의위가 심의를 통해 결
정하게 된다.
시는 조성 원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을 경우 기반시설 공사비를 SH공사가 부담하
거나 시비로 충당해서라도 원가를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은평 뉴타운의 경우 이번 대책이 적용되지 않는
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은평 뉴타운에는 이런 정책의
적용이 어렵다"면서 "은평 뉴타운은 애초 투입된 공사비용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
했다.
시는 또 분양원가를 낮추기 위해 입찰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SH공사의 아파트는 보통 입찰가가 높은 일괄.대안 입찰 대상에서 제외해 `최저
가 낙찰제'를 시행하고 일반 건설공사도 공사 예정가격이 300억 원 이상이면 가급적
최저가로 낙찰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마감재 옵션제'를 도입해 입주자 선택에 따라 좀 더 싼 값에 주택을 공급토
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골조와 내장을 분리해 공급하는 `SI주택'을 통해 `마이너
스 옵션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건설업체 간 경쟁적인 마감재 고급화로 분양가가 높아지고 입주자의 선택은 배
제되는 시장 현실을 감안한 정책으로 보인다.
아울러 모델하우스를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대체하고 현장에 견본주택을 설치하
도록 하기로 했다.
◇ 분양가 공개 대상 확대 = 서울시는 SH공사가 공급하는 모든 아파트의 분양가
를 관련 법규에 규정된 것 보다 확대해 공개하기로 했다.
공공택지 외에 법적 공개 대상이 아닌 도시개발사업에 의한 택지분양주택을 포
함한 SH공사의 모든 개발택지.분양주택이 공개 대상이다.
택지조성원가의 경우 택지개발촉진법에 규정된 7개 항목을 공개하되 그 가운데
용지비, 조성비, 이주대책비에 대해선 세분해 공개하기로 했다.
주택분양가격의 경우 주택법 상의 8개 항목을 세분, 공사 종류별 공사비 등 58
개로 늘려 모두 공개할 방침이다.
또 `분양가 심의제'를 도입, 민간 주택의 분양을 승인할 때 준거로 활용토록 유
도할 계획이다.
서울시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통해 SH공사의 택지.아파트 분양가와 공공택지에
건설.공급되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를 심의하고 이 심의기준을 자치구가 민영 주택
분양승인 때 분양가 검증 준거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또 이런 제도의 법제
화를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 `장기 전세주택' 등 새 주책정책 도입 = 새로운 유형의 공공주택도 도입된다.
우선 서울시는 주변 전세가의 70∼80% 수준인 `장기 전세주택'를 공급하기로 했
다. 통상 저소득 시민에게 월세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을 전환해 무주택자에게 전세
로 내주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방침이다.
2년 단위로 전세 계약을 하되 최대 10년까지 거주하는 조건으로 올해 발산지구
에 172가구, 내년 강일지구에 730가구를 시범 공급하고 2009년엔 12개 지구 1만
738가구를 장기 전세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토지임대부 분양제나 환매조건부 분양제의 경우 법 개정
등이 필요해 정부의 시범사업 성과를 지켜본 뒤 검토하기로 했다.
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 청약저축에 가입한 서울 거주 신혼부부에게
올해부터 매년 300가구씩 5년간 재개발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2008년 이후 완공되는 임대주택 11개 단지의 1,2층을 노인의 신체 구조.
특성에 맞춘 노인 전용 임대주택으로 건립해 총 2010년까지 총 3천708가구를 공급
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또 인천시, 경기도 광역자치단체장과 합의해 만든 수도권 협의체에 `
수도권 주택정책 협의회'를 추가해 주택 수요.공급 관리의 광역적 협의 및 정책 개
발을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밖에 주택.건설 관련 제도개선 TF는 ▲아파트 동.층.호별 분양가를
차등 공급하는 방안 ▲주차장 분리 분양제 ▲원도급자 의무 시공제 등도 검토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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