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결국 교수대에 매달려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할 것인가.
지난 26일 이라크 최고 항소법원에서 교수형이 최종 확정된 후세인의 형집행이
수일 내로 임박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속속 나오면서 그가 언제 사형을 당할 것인지
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사형이 확정됐을 때만 해도 실제 사형이 집행되겠느냐에 대한 전망이 엇갈
렸지만 점점 사형 집행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다만 그 시기를 놓고 여러 예상이 오가
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미국 NBC는 한 이라크 주둔 미군 장교의 말을 인용, 후세인이 이슬람의 최대 명
절인 `이드 알-아드하'(희생제)가 시작되기 전에 사형을 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희생제는 중동지역 시간을 기준으로 30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이어지는데 이
보도에 따른다면 후세인은 이르면 29일 또는 30일 사형이 집행된다는 뜻이 된다.
다른 미국 통신사들도 익명이지만 이라크 고위 관리 등의 말을 인용해 후세인의
사형이 하루 이틀 새 집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즉, 이라크 정부는 올해가 가기 전에 후세인을 교수형시킬 방침이라는 것이다.
한편에선 적어도 이슬람에서 성스러운 최대 명절인 희생제 기간은 지나고 나서
야 사형이 집행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형이 확정된 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 데도 이러한 조기 사형 집행 예상
이 흘러나오는 것은 후세인의 사형 집행을 대(對) 이라크 정책의 전환점으로 삼으려
는 미국 정부의 의중이 이라크에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종파 간, 종파 내 유혈 충돌이 좀처럼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서 후세인 문제를 오래 끌어봐야 별다른 소득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후세인의 사형을 집행하면 후세인 지지세력의 극렬한 저항이 불보듯 뻔하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 삼아 후세인의 잔존세력을 뿌리뽑고 이라크 정계에서 논의중인 새
연립정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후세인의 잔존세력이 수니파 저항세력의 핵심세력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므로
이들을 진압한다면 이라크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고 이를 발판삼아 친미 이라크
정부에 권한을 서서히 넘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미 정부는 후세인의 사형을 집행하면서 그가 집권시 자행한 반인륜적인 민간인
학살을 부각해 명분을 살리면서도 그의 지지 세력을 `비도덕적' 집단으로 몰고 가는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을 때와 달리 이번 최종 사형 확정 땐 예상됐
던 찬반 시위나 별다른 소요사태 없이 잠잠한 반응이 나온 것도 이제 후세인의 사형
여부가 우려하는 만큼 큰 파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형편이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도 그간 누누이 후세인의 사형집행이 올해 안에 이
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후세인의 사형 집행으로 이라크가 사분오열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후
세인을 비공개 장소에서 비밀리에 사형을 집행한 뒤 이라크 내 상황을 관망한 뒤 적
당한 시기에 후세인의 사형집행 사실을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형일을 공개하는 것보다 집행이 끝난 뒤 발표하면 후세인 지지 세력의 결속력
을 약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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