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이전트로 꼽히는 스캇 보라스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초대형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면서 그의 또 다른 고객 박찬호(33)에게는 과연 어떤 선물을 안겨줄지 관심이 쏠린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일본프로야구에서 건너온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에게 6년간 5천200만달러의 거액을 안겨준 데 이어 29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협상을 통해 '커브의 달인' 배리 지토에게는 역대 투수 최고 계약인 7년간 1억2천600만달러를 손에 쥐여줬다.
특히 지토의 계약은 야구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뉴욕 메츠, 시애틀, 텍사스에 이어 랜디 존슨을 애리조나로 트레이드 한 뒤 지토 영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뉴욕 양키스까지 덤벼든 상황에서 보라스는 해를 넘기지 않고 샌프란시스코와 연평균 1천800만달러에 달하는 초특급 계약을 완성했다.
'현존 최고 투수' 로저 클레멘스가 올해 휴스턴과 계약하며 2천200만달러의 초특급 대우를 받아 1년 연봉으로는 투수 최고를 기록했지만 지토의 1천800만달러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보라스는 1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4번이나 성사시키며 슈퍼 에이전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그는 지난 1999년 '싱커의 달인' 케빈 브라운(은퇴)에게 사상 처음으로 1억달러(7년간 1억500만달러)의 영광을 안겨주며 최고 에이전트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어 알렉스 로드리게스(현 뉴욕 양키스)가 지난 2001년 10년간 2억5천200만달러라는 역대 야구선수 최고 금액에 텍사스와 계약하도록 진두지휘했고 2004년 말에는 카를로스 벨트란(뉴욕 메츠)가 7년간 1억1천900만달러를 받도록 앞장섰다.
그는 2001년에는 박찬호가 텍사스와 계약하며 5년간 6천500만달러라는 당시로는 최고액을 쥘 수 있도록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박찬호가 한동안 부진한 탓에 이후 2-3년 간 선발 투수 장기 계약이 극히 줄어드는 등 박찬호 계약은 당시 메이저리그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었다.
그의 고객 중 '제구력의 마술사' 그렉 매덕스가 샌디에이고와 1년간 1천만달러에 상호 옵션을 걸도록 계약하는 등 거물급 선수들의 계약 협상이 거의 완료됐다. 보라스가 박찬호의 계약에도 보다 신경 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
"난 이제 평범한 투수"라며 거액 계약보다는 안정적인 계약에 힘쓰고 있는 박찬호가 자신이 원하는 서부지구 팀에 잔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거액을 이끌어내고 선수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등 협상에서 남다른 수완을 발휘한 보라스가 있다면 여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한 처지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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