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공짜" 휴가 여행을 즐겨 총리직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크리스마스 휴가차 미국행 브리티시항공을 탄 블레어 총리와 가족은 공교롭게도 여객기가 26일 오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활주로 이탈 사고를 빚는 바람에 휴가 계획이 들통났다.
현재 블레어 일가는 팝그룹 비지스 멤버 로빈 깁이 마이애미 비치에 갖고 있는 500만 파운드짜리 대저택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있다. 깁은 노동당 지지자이며, 지난해 총선 때에는 노동당 집회에서 블레어 총리를 위해 현장 분위기를 달군 아티스트로 출연했다.
그러나 여객기 사고로 총리의 휴가 계획을 알게 된 보수당의 헨리 벨링엄 의원은 블레어 총리가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 경,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포함해 부자 지인들이 제공하는 일련의 "공짜" 숙박지를 너무 즐긴다며 총리의 처신을 문제 삼고 있다고 텔레그래프 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벨링엄 의원은 "이것은 이미 대가성 정치자금 스캔들을 유발한 총리의 부자 집착증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실례"라며 "이런 공짜 여행이 총리직의 품위를 떨어뜨릴까 우려되며, 재임 중 총리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깁스의 매니저인 존 캠벨은 "두 사람은 친구 사이이며, 이번 휴가 일정은 개인 휴가 기간에 사적으로 잡은 약속"이라고 총리를 옹호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총리실 대변인도 체류 비용을 내기로 "사적인 상업적 계약"이 있었다며 블레어 일가가 이 저택에서 휴가를 즐기는 대신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레어 일가가 얼마나 지불했는지, 깁스에게 직접 주었는지, 어느 자선단체에 돈을 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깁의 저택 정도 수준 숙박장소에 머물려면 1주일에 최대 4만 파운드를 내야 한다.
블레어 총리는 깁스 외에도 가까운 부자 지인의 호화 별장에서 여러 차례 공짜 휴가를 보낸 전력이 있다.
블레어 총리는 올 여름 클리프 리처드 경의 바베이도스 별장에서 휴가를 보냈으며, 셰리 블레어 여사는 2000년 갓 출산한 막내 아들 레오와 함께 포르투갈 알가르베에 있는 클리프 경의 빌라에서 휴식을 취했다.
카리브해의 섬 바베이도스를 특히 좋아하는 블레어 총리는 JCB 그룹 회장인 앤서니 뱀퍼드 경의 별장에서도 몇 차례 휴가를 보냈다.
블레어 총리 일가는 2004년 휴가 때에는 실비아 베를루스코니 당시 이탈리아 총리의 사르데냐 섬 호화 빌라에서 묵었다. 블레어 총리는 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지롤라모 스트로치 왕자 부부의 대저택에서도 1998, 1999, 2000, 2004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
한편, 공항당국과 항공사측이 사고경위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정확한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CNN이 27일 전했다.
존 램플 브리티시항공 대변인은 활주로 일부 구간이 공사 중이었다고 밝힌 반면 로런 스토버 공항 대변인은 유도등이 정상 작동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활주로 구간에서 진행된 공사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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