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령을 받아 활동한 `일심회'를 조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민호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공판에서 장씨는 북측과 접촉한 사실은 시인했지만 지령을 받아 움직였다거나 기밀을 수집ㆍ보고했다는 핵심 혐의는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28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
은 550여 항목의 방대한 신문 사항을 제시했고 장씨는 북측 관계자를 만난 것 등 객
관적 사실은 인정했지만 단체의 성격, 기밀 수집 및 보고 등 핵심 혐의에서 검찰의
시각에 동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또 장씨는 일부 표현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표현을 순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장씨에게 `주체사상'을 주된 이념으로 하는 `일심회'라는 비밀 모임을
만들었고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사상교육을 받았으며 지령을 받아 남한 내
기밀을 수집해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캐물었다.
그러나 장씨는 `일심회' 명칭은 여타 피고인들은 모르는 것이고 자신이 편의상
붙인 이름이며 모임의 성격도 비밀 모임이 아니라 `비공개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 지령을 받아 남한의 기밀을 보고한 게 아니라 관련 내용을 북측에 `전
달'했고, 공작원을 만나 사상학습을 받은 게 아니라 `북측 인사'를 만나 `사상토론'
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북측에서 민주노동당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핵심 조직원을 `포치'(포섭)
해 활동가로 육성하라는 지령을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장씨는 "통일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규합'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장씨가 손정목ㆍ이정훈ㆍ이진강씨 등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
도록 주선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장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장씨는 "최기영씨의 경우 민노당에 대해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네
트워크'로 생각했지 일심회 조직원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문 도중 북측과 장씨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사용한 암호인 `음어'(陰語)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장씨는 북측에 보낸 `상향보고' 문건에서 일심회를 `발렌타인 클럽'으로 지칭했
으며 북측은 이메일에서 `사업 논의를 위해 만나자'는 내용을 `생일 파티를 위해 북
경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한편 21일 첫 공판에서 민노당 관계자들이 재판부에 욕설을 하며 소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이날 법원이 방청객 신분확인 및 소지품 검색을 강화해 공판 시작이 예
정보다 15분 가량 늦어졌다.
이 과정에 방청객으로 온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일심회' 변호인단에 욕설을 퍼
부어 법원 직원들이 제지하는 등 5분여 간 소란이 빚어졌지만 재판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방청객 190여명 중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130여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경찰은
법정에 일부 인원을 배치한 것을 포함해 법원에 3개 중대를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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