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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판 백설공주 “저울다워야 저울이지”

법원 `영장 기각' 풍자 연극…고심 끝에 수위 낮춰

  • 연합
  • 등록 2006.12.28 17:00:52

 

올 한해 구속영장 기각 사태로 절치부심했던 검찰이 28일 그동안 쌓였던 법원에 대한 불만을 연극으로 풀어냈다.

대검찰청은 이날 불우이웃 돕기 바자, 음악회, 연극 공연 등 조촐한 내부 행사를 준비했는데, 안팎의 관심은 `백설공주 살인 사건-누가 그녀를 죽였을까'라는 검찰판(版) 백설공주 연극 공연에 쏠렸다.

직원들이 직접 출연하는 연극은 겉으로는 살인 교사 혐의가 있는 왕비를 법정에 세우려는 검사들과 죄를 짓고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는 왕비의 대결을 `형님 뉴스'등 인기 개그를 흉내 낸 희극 형식으로 다루었다.

방송 작가의 도움을 얻어 만든 대본과 무대 조명, 의상은 웬만한 대학 동아리 연극 수준 이상이었다.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백설공주 시신 부검 영장과 왕비 내실의 압수수색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는 장면.

공연 책자에는 "살인교사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현행법 내에서 미증유의 난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영장제도 문제와 수사의 고충과 딜레마를 다뤄 보려고 한다. 직원 여러분의 직장 생활에 약간의 활력과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다"는 제작 의도가 실려 있다.

동화 백설공주를 변형한 연극에는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나대로' 검사와 `정직한' 수사관, 영장을 심사하는 판사,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 등이 출연했다.

연극은 계모인 왕비가 백설공주를 죽이려다 몇 번 실패한 끝에 결국 독이 든 사과를 먹여 살해한다는 동화의 줄거리를 따라간다.

왕비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는 나대로 검사는 부검 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전담 판사는 `백설공주가 너무 아름답다'며 영장을 기각한다.

영장 기각을 보도하는 `형님뉴스'에 출연한 검찰 관계자의 야유가 이어졌다.

"딸을 살해한 반인륜적인 범죄 행각이 사건의 실체인데, `이쁘니까 해체할 수 없다'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지요."
론스타 경영진의 체포ㆍ구속 영장이 처음 기각됐을 때 검찰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법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지는 앵커의 비판은 수위가 좀 더 높았다.

"그라면 안된다카이. `이뻐서 해체할 수 없다' 이 말은 `너거들 마 요정도서 손 떼!' 이 말이나 같은 것 아닌교? 나도 이쁜 여자는 좋아하지만 너무하는 것 아입니꺼? 저울이 저울다워야 저울이지"
마지막 말은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를 패러디한 `판사가 판사다워야 판사지'였지만 법원을 의식해 사법부를 상징하는 저울로 바뀌었다.

왕비의 내실 압수수색 영장 기각 장면도 숨가쁘게 이어졌다.

정직한 수사관이 또 기각되면 토씨 하나 안 고치고 다시 청구하면 된다고 하자 나대로 검사는 `지난번 외로운 별 추락 사건 때도 안 통했는데'라고 대꾸한다.

론스타 경영진 영장이 처음 기각되자 검찰이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재청구했던 상황을 빗댄 장면이다.

뉴스 앵커는 "남의 장사에 소금을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인분을 들이붓는 격입니다. 수사는 할 수 있게 해야 안되겠습니까"라며 현실에서 영장 기각 사태 때 쏟아졌던 검찰 관계자들의 반응을 재연한다.

앵커는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 사건 때도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 보호한다'고 했는데 피의자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피의자를 보호해야지, 무작정 이쁘다고 편들면 안되지예. 저울이 한쪽으로 팍 기울어졌심더. 빨리 제대로 돌려 놓으소"라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백설공주는 사과를 토해내 목숨을 구하게 되고, 왕비는 사과에 독을 넣는 장면이 내실 폐쇄회로 TV에 찍혀 꼬리를 잡힌 뒤 `평생 못생긴 여자로 사는 벌'을 받으면서 연극은 끝난다.

정상명 총장은 직원들을 독려한다는 뜻에서 깜짝 출연하는 것도 검토했다가 배우의 손에 이끌려 잠시 일어섰다가 앉는 식으로 공연에 참가했다.

법원은 검찰의 연극 공연 소식에 `즐거운 시간 되길 바란다', `할 말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어, 구속영장 발부 문제를 둘러싸고 세밑에도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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