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2.14 전당대회를 꾸릴 `전대 준비위원회'의 구성을 놓고 통합신당파와 사수파가 미묘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
대세를 장악한 신당파가 현 비상대책위원회 산하에 준비위를 두고 신당론 추진
을 공식화하려고 하고 있으나 친노진영을 주축으로 한 사수파는 준비위를 중앙위원
회 산하에 설치하자며 제동을 걸고 있는 것.
27일 의원 워크숍 합의에 의하면 전대 준비위는 당내 각 세력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한다고 돼있다.
문구상으로만 보면 전대의 실무적 준비 차원을 넘어 전대의 성격과 의제설정에
관한 계파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정치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문제는 준비위의 실질적 역할이다. 신당파는 현 지도부인 비대위가 최종 결정권
한을 쥐고 준비위는 실무적 준비에 치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무적 논의도 `위임된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
장이다.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겠지만 방향 자체
를 바꿀 수는 없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신당파에 속한 한 비대위원은 "이미 큰 방향은 나와있는 것 아니냐"며 "준비위
가 정치적 합의를 해오면 좋은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비대위 차원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고 "가급적 전대의 실무준비를 맡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 사수파는 비대위 산하의 준비위는 사실상 신당론을 추인하는 기구
에 불과하다며 준비위를 당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
장하고 있다.
`혁신모임'의 김형주(金炯柱) 의원은 오후 브리핑을 갖고 "적법하게 중앙위를
소집해 거기에 준비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준비위는 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표현하
는 실질적 준비기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혁신모임은 29일 오전 회동을 갖고 준비위 참여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사수파가 준비위를 `보이콧'하는 식의
대응보다는 준비위에 적극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
다는 관측이다.
준비위는 모두 13∼15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원혜영(元惠榮) 사무총장
을 위원장으로 이목희(李穆熙) 전략기획위원장과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이 당연직으
로 들어가고 `국민의 길' `희망21' `안개모' `실사구시' 신당파 모임 4개와 사수파
모임인 혁신모임에서 2명씩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비대위는 금주중으로 준비위 인선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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