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내 공원의 명칭으로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의 아호인 '일해' 사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합천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일해 명칭을 찬성
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이 명칭 사용을 반대해 온 군민들이 집회를 개최하는 등 일해
삭제여론을 조성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28일 합천군에 따르면 2004년 합천읍에 조성한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의 명칭
을 새로 짓기로 하고 지난 15~20일 '군민' '일해' '죽죽' '황강'이란 4개 명칭을 놓
고 새마을지도자와 마을이장 등 1천3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4개의 명칭은 2004년 합천군에서 공원명칭 공모에 응모한 30여개 가운데 군 조
정위원회에서 압축한 것이다.
합천군이 이날 오후 2시 군청 소회의실에서 군의원과 공무원, 언론인 등 7명이
입회한 가운데 회수된 601개의 설문조사 봉투를 개봉한 결과 일해 302표, 황강 177
표, 군민 51표, 죽죽 11표, 기타의견 50표, 무효 10표 등으로 집계됐다.
군은 이 같은 내용을 군의회에 보고한 뒤 내년 초순께 군 조정위원회를 열고 대
군민 홍보기간을 거친 뒤 명칭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구성된 '민주적 공원명칭 선정을 위한 군민'과 민주노동당 합천군
위원회 회원 등 20여명은 지난 27일 합천군청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천년 생
명의 숲' 공원명칭 가운데 '일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합천군의 공원명칭 변경을 위한 설문조사는 내용과 과
정, 대상선정에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비민주적 과정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전 전 대통령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어 그의 아호를 딴 '일해'라
는 명칭을 삭제할 것과 공원명칭 선정을 위해 군민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공개된 방
식으로 공원명칭 선정작업을 진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회수된 설문지의 개봉결과가 나오자 이들은 "일해란 명칭을 찬성하는 표가 많지
만 반드시 삭제해야 되며 군에서 삭제토록 물리적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뒤 "
일해라는 명칭 때문에 합천군에 또 하나의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이
같은 요구가 묵살되고 일해를 공원명칭으로 선정하면 이후 전개될 모든 상황의 책임
은 합천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반해 전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군민들은 "일해 명칭을 찬성하는 표가 많이
나온 것은 대부분 군민들이 우리고장이 배출한 대통령의 아호라는 자긍심이 높기 때
문"이라며 "공원의 대외 관심도 제고와 홍보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해를 공원명칭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합천=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shchi@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