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하나가 된 인터넷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홍콩 현지의 금융인들과 외국인들은 단 한번의 지진으로 아시아권의 전 통신망
과 금융망이 흔들린데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와 더불어 하루도 인
터넷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현대인의 처지를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성탄절 연휴가 끝난 첫 날인 27일 오전 인터넷이 접속되지 않는 데 대해 처음엔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던 상당수 인터넷 사용자들은 뒤늦게 대만 지진의 여파로 해
저 광케이블 네트워크가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28일 오전까지 이메일, 메신저, 온라인 쇼핑, 주식거래, 게임 등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가 사실상 차단되고 해외 상거래 상담 등을 위한 국제전화, 팩스도 연결이 되
지 않고 있는 상태.
아시아 금융허브를 자랑하던 홍콩이 일순간의 지진으로 근간이 흔들린 셈이다.
홍콩 현지의 한 금융인은 "이런 지진으로 아시아권의 통신망이 와해될 정도에까
지 이르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글로벌 시대의 취약한 허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 대목"이라고 말했다.
홍콩 금융가는 일단 거래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담합'이 이뤄져 있다. 은행간
자금결제를 위해 필요한 국제금융통신망(SWIFT)이 장애를 빚자 긴급한 항목에 대
해서만 구식 텔렉스 라인을 이용하거나 서명감을 통해 확인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거
래는 뒤로 미루고 있다.
금융거래에 필수적인 경제통신 단말기를 보기도 어려워졌을 뿐 더러 본사 및 자
회사, 거래선과의 통신이 여의치가 않아 손실 및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떼문
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융권 공통의 재난인만큼 가급적 거래를 최소화하기로 했
다"며 "환율, 자금조달 등에서 일어나는 차익, 차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무역, 물류 기업들도 통신장애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파견 주재원 P씨는 "사실상 영업을 손놓고 있는 상태"라며 "이런 사태가 장기화
되면 장차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닥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통신업체들은 홍콩과 대만 사이의 손상된 해저 광케이블 회선을 긴급 복구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수백만달러 상당의 작업비가 소요되고 완전복구
에도 3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전자 박기보 상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문제 때문에 해저 케이블을 통
한 네트워크 구축이 활발했으나 앞으로는 위성 네트워크를 활용한 통신망이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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