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섬유업체인 화펑팡즈가 외국기업 최초로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요청함에 따라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회사가 성공적으로 상장 절차를 마치며 물꼬를 틀 경우 해외 상장을 원하는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외국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시장에 입성하자면 공모가 산정과
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상하이시장에 상장된 대기업은 중국 감독당국의
사전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해외기업의 한국상륙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시
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12개 외국기업, 국내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 체결 =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 상장을 원하는 12개 기업이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굿모닝신한증권, 신영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와 각각 대표 주관계약을 체결한 상
태다.
이날 거래소에 예비상장심사청구서를 제출한 화펑팡즈를 포함해 11개사가 중국
기업이다.
대우증권은 화펑팡즈 및 중국 건설업체인 허베이텐산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으
며 삼성증권은 케이블커넥터 제조업체인 홍린디엔쯔, 비료생산업체인 쓰촨카이위안,
건설자재업체인 주하이싱예 등과 계약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PC 제조업체인 B사와 손을 잡았고, 신영증
권과 현대증권도 각각 정보기술(IT) 업체인 바오더커지,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쓰리
노드의 한국 상장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이달 20일 코크스 생산업체인 산시우왕매탄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화펑팡즈, 내년 3월 국내 상장 예상" = 증권업계에선 시장관리자인 거래소가
해외기업 상장을 숙원사업으로 삼고 있고 금융감독원도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
는 만큼 물꼬만 터지면 중국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 시대가 본격 개막할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이영탁 거래소 이사장은 "화펑팡즈가 상장심사와 유가증권신고서 수리 등 제반
절차를 무리 없이 통과한 뒤 내년 3월쯤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사가 우리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해외상장을 추진 중인 중국기업이 한국시장을 선택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내년에도 10개사 이상의 중국기업이 추가로 국내 상장을 목적으로 증
권사와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기업 국내 상장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던 공모가 산정과 투자자 모집도 화
펑팡즈의 경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작년 기준 매출액 800억원, 순이익 100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의 27일 종가 기
준 주가이익배율(PER)은 4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섬유 및 직물을 생산하는 국내 상장사인 동일방직과 일신방직은 PER
가 20배 안팎으로 화펑팡즈가 홍콩시장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어 공모가 산정에는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본토기업 상장은 언제(?) = 그러나 금융기업이 중심인 홍콩 증시에 상장
된 중국 제조업체들은 국내 시장에 비해 대체로 저평가를 받고 있지만 중국 본토시
장의 제조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올 들어 중국 상하이증시가 급등 과정에서 상하이증시 상장 제조업체의 평균 PE
R가 국내 수준(16배)까지 올라와 이들 기업이 국내 상장을 추진할 경우 공모가 산정
과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울러 중국기업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도쿄거래소의 제조업 평균 PER는 국내
증시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의 사전 승
인을 받아야하는데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우량기업의 해외상장을 국부 유출로 인식
해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가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PC 제조업체인 B사(매출액 9천억원 규모)를 중국
기업 국내 상장 1호로 만들기 위해서 작업해오다가 화펑팡즈 쪽으로 급선회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화펑팡즈의 상장심사 청구서 제출은 2년 동안의 외
국기업 상장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해외 우량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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