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서방국 정보요원이 북한을 소재로 한 추리 소설을 출간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제임스 처치라는 필명을 가진 전직 서방국 정보요원은 최근 `고려에서 발견된 시체(A Corpse in the Koryo)'라는 표제로 북한을 소재로 한 추리 소설을 펴냈다. 이 책은 결말을 짐작할 수 없는 복잡한 음모에 얽혀든 다채로운 인물들을 등장 시킨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은 또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된 사회의 하나로 꼽히는 북한의 모습을 독특한 뉘앙스로 세세하게 그려 아시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은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추리 소설 `고리키 공원'이 경찰관의 시각을 통해 1980년대 초 옛 소련의 생활상을 묘파한 것처럼 `경찰관 O'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신비스러운' 북한의 실상을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매우 스마트하고 유머 감각을 가진 `경찰관 O'는 평양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한 외국인의 의문사와 북한의 경쟁관계에 있는 여러 정부 부처가 따로 꾸민 2건의 밀수 사건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인물로 나온다. 소설 속에는 `경찰관 O' 등 등장인물들이 `이상한' 북한 사회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장면도 그려져 있다.
일례로 `경찰관 O'는 자신의 목공예 작업에 필요한 사포(砂布)와 한 잔의 커피를 구하려 하나 마음대로 안돼 애를 태운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은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북한 사회를 옹호한다. `경찰관 O' 는 우연히 만난 한 핀란드 여성에게 맑은 날 평양의 대동강물이 "햇살에 부서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이 여성이 "진짜 그곳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경찰관 O' 는 자신은 해외에서 살아왔지만 그곳은 "여기와 마찬가지로 좋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완벽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신에게는 황량하게 보이는 이 나라가 내가 사는 곳이고 이것은 내 집이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또 북한에 대해 판에 박힌 시각을 갖고 있는 아일랜드 정보요원이 ` 경찰관 O'를 취조하는 장면을 통해 서방 세계와 북한의 현실이 서로 어떻게 마찰을 일으키는 지를 살필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의 대화는 때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간의 결실없는 대화를 연상 시키는 듯 하다고 워싱턴 타임스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정치나 핵문제는 물론 북한 지도자 김정일에 대해서조차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 주민의 일상 생활에만 일관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 제임스 처치는 책 표지에 `아시아에서 수십년간 경험을 쌓은 전직 서방 정보요원'으로 "다년간 한국을 떠돌았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북한을 세계 최악의 독재 정권으로 간주하는 서방 사회의 도덕적 시각을 통해 관련 정보를 짜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만이 아는 북한 지식을 추리 소설에 녹여 넣어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소설에는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북한의 해변과 산들이 생동감있게 묘사돼 있으나 안타깝게도 지도는 첨부돼 있지 않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노틸러스 안보.지속가능 개발 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피터 헤이즈는 이 소설에 대해 "지구상의 다른 공산국가들이 10년 전에 시장경제 체제에 무릎을 꿇었는데도 북한이 왜 지금까지 살아남았는 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설명서"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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