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필상 총장에 대한 표절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외국 원서의 내용과 그래프를 그대로 베껴 인용없이 자신의 책에 사용했다는 주
장이 제기됐으며 8편의 논문이 더 표절됐다는 의혹도 추가로 나왔다.
추가 표절 의혹에 대해 고려대와 이필상총장측이 해명에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
데 교내 기구들은 사실여부를 확인하며 여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수의회는 조만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여부 확인에 나서기로 했으며
교내 상설기구인 교원윤리위원회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새로 제기된 의혹들 = 27일 일부 언론에 의해 이 총장이 자신의 저서 `금융
론'(1985년 출간)과 `개정판 금융경제론'(1992년 출간), `제4개정판 금융경제학'(19
97년 출간) 등 3권의 책 중 일부분에서 폴 스미스 교수의 `금융기관론'(Money and F
inancial Intermediation, 1978년 출간)을 각주를 통한 출처표기 없이 인용, 표절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부분에 대해 이 총장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아단계에 있던 재무관리 분
야에서 여러 저술을 남겼고 당시 관행에 따라 저술한 교재가 현재의 잣대로 본다면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문제가 된 `금융기관론'은 해당 분야에서는 교과서에 해당하는 책인 것으로 알
려졌다. 이 총장은 각주를 통해 각 부분별로 `금융기관론'을 밝히지 않았지만 참고
문헌으로는 이를 언급했다.
책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이날 대법원이 비슷한 의혹을 받아 정직처분을 받았던
같은 대학 이기수 교수가 제기한 정직처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이 교수의 손을 들
어줘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충실한 출처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원저서를 인
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출처를 머리말, 논문 등을 통해 표시했다면
`도작'(盜作)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으며, 이 총장 역시 각주에 인용 문언을 명확
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참고문헌으로 원서를 언급했었다.
한편 앞서 제기된 2005년 논문과 마찬가지로 이 총장이 2001년 이후 최근까지
발표한 논문 중 8편에서 자신이 지도한 제자들과 함께 공동 저자로 이름이 올라 있
어 표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총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2005년 논문에 대해 "문제가 된 논문은 모두 (내
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교수의회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 교수의회는 27일 오전 총회를 열고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교수의회의 박성수 교수(생명과학)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
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교수의회 배종대(법학) 의장은 "교수들이 일단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입장을 정
하기로 하고 진상조사 작업을 하기로 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확인작업을 마치면 교
수의회의 입장을 이필상 교수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원윤리위원회의 김병호(재료공학) 위원장은 "위원회는 외부에서 공식적으로
제소가 있어야 활동이 시작되는 만큼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조사가 시
작된다면 범위는 제소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필상 총장은 이날 오후 열린 교무회의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의 연락을 끊은 채 교내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총장님이 언론 보도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날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부덕함으로 인해 교우들에게 심려를 끼
쳐 송구스럽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 학계의 연구 윤리가 더욱 투명해지
고 성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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