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북한에 남아있는 배우자와 이혼하고 남한에서 재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탈북자의 이혼특례 조항이 신설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일
부 개정 법률안'이 22일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 특례조항(제19조의2)에 따르면 북한에 배우자가 있는 탈북자는 그 배우자가
남한 지역에 거주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 북한
에 배우자를 두고 온 경우에도 단독으로 이혼 청구가 가능해진 셈이다.
단, 이 규정은 대법원 호적예규 제644호가 시행된 2003년 3월18일 이후 취적(就
籍)한 탈북자에 한해 적용된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혼인한 탈북자의 경우 남한에서도 법률상 기혼으로 인정돼
입국 후 재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탈북자의 취적 절차를 규정한 대법원 호적예규 제644호는 "배우자가 북한에 거
주하고 있는 경우 신분사항란에 그 배우자의 성명, 거주지를 기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재북 배우자는 재판에 출석할 수 없어 이혼소송이 이뤄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개정 법률안은 탈북자가 취적할 때 신분 사항란에 등재한
배우자를 재판상 이혼의 당사자로 '의제', 이혼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재판을 통해 이혼이 이뤄지면 국내에서 재혼이 법적으로 인정됨은 물론이다.
27일 통일부 관계자는 "새터민(탈북자)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바로 이혼 문
제였는데 (개정법 통과로) 이로 인한 고통을 덜 수 있게 됐다"며 "남북관계의 특수
성을 반영해 탈북자에게 가정 형성의 권리가 인정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12월 초까지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탈북자의 이혼청구 건수는 모두 229건
(8건 취하)으로 이 가운데 이혼이 처리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탈북단체 관계자도 "많은 탈북자들이 입국 후 법률적으로 결혼을 인정받지 못해
어떨 수 없이 동거생활을 하는 등 부적응 사례가 많았다"면서 법률안 통과를 환영
했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이혼특례에 대한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재판이 이뤄지더라도 탈북으로 인한 별거가 이혼사유에 해당할지 등의 문제가 있다"
며 "앞으로 시행세칙이 어떻게 마련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에 통과된 개정 법률안에는 전문분야 자격증 소지 탈북자의 자격인정
을 위한 보수교육 및 재교육 실시, 심사위원회 설치에 관한 조항(제14조 제2항 및
제3항)도 신설됐다.
법률안은 또 탈북자의 정착금에 대한 '비합리적 소비행태'를 방지하고 조기 정
착을 돕기 위해 기존 정착금 지급을 '정착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물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변경하고 정착금의 압류.양도.담보 제공을 금지(제21조 제1항 및 제4항)
했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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