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본격 닻을 올린다. 이르면 연내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3일 시행 방침을 발표한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 방안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의약품 위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선별등재
방식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 동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으면 웬만하면 보험약으로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엄격한 경제성 평가, 건강보험공단과의 제약사간의
협상을 거쳐 의약품의 보험등재여부와 가격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선별등재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80%가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2005년 현재 건강보험 총진료비(24조8천억원) 중에서 29.2%
(7조2천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매년 치솟고 있는 약제비 비중을 적정한 수준에서 관
리해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적, 치료적 가치가 있는, 다시 말해 품질이 확보된 의약품을 국민들
이 적정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의 본인 부담을 경감하면서 국민
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만큼 국내외 제약사가 앞으로 자사 제품의 보험약 자격을 얻기는 힘
들게 된다.
국내외 제약사 처지에서는 내키지 않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식약청 관문만 통과하면 일사천리로 보험등재 목록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앞으
로는 보다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칠 수 밖에 없게 된 탓이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
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는 미국 당국과 함께 우리 측에 이 방안의
철회를 요구해 `정책 주권' 침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미국 측은 결국 이 방안
을 `이해한다'며 수용하기는 했지만,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그 대가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등 불씨는 여전하다.
국내 제약업계도 제약협회를 중심으로 이 방안의 부당성을 토로하며, 반대 목소
리를 높였다.
제약협회는 나아가 이 방안이 시행되면, 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헌법 소
원을 제기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행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국내외 제약업계가 이 처럼 거부반응을 보이는 데는 선별등재방식과 함께 이 방
안의 핵심기둥이라 할 수 있는 보험등재 의약품에 대한 다양한 약값조정 시스템 도
입 방침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복제약이 출시돼 보험목록에 등재되면, 오리지널약은 특허가 끝난 것
으로 간주하고 오리지널약의 약값을 20% 깎을 방침이다. 그 동안은 특허만료 오리지
널약의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기전이 미흡해 손을 댈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아울러 복제약의 보험가격도 보험등재 순서에 따라 다섯번째 품목까지는 기존에
오리지널약의 80%를 쳐주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68%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테면, 지금까지는 오리지널 품목의 가격이 100원이면, 최초 복제약이 나올
경우 오리지널약의 약값은 그대로 100원인 채로 놓아두고 복제약의 가격을 80원으
로 결정해 보험급여를 해주었지만, 앞으로는 오리지널약의 가격을 80원으로 떨어뜨리
고,복제약의 약값도 68원만 쳐주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복지부는 프랑스, 일본 등 상당수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용량-약값 연계
제도를 실시해 보험등재시 제출한 예상 사용량을 초과해 판매된 의약품의 가격도
조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약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내 제약업계는 구조조정 바람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
다.
복지부는 제약업계가 새로 시행되는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품질 위주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경우 국내 제약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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