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필상 신임 총장에게 제기된 논문 의혹에 대해 학계는 "표절로 보기에는 지나치다"는 정도의 동정론이 다수이지만 이번 사건을 논문의 저작권을 명확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론도 적지 않다.
`동정론'을 보이는 쪽은 학술지의 권위와 게재 시기, 인문계에서 제1저자의 의
미를 고려해볼 때 표절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경제학과의 김균 교수는 "인문계에서는 책임연구원(PI)을 제1저자로 명
시하는 자연계와 달리 인문계에서는 제1저자의 의미가 거의 없는 편이다. 나이가 적
은 순으로 표기를 하기도 하고 가나다순으로 표기를 하기도 한다"며 "2005년 논문
을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1988년 논문이 발표된 정황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기된 학술지는 교지 수준의 교내 학술 잡지"라며 "석사 과정의 논문
은 아무래도 교수의 개입 정도가 박사 과정에서보다 클 수밖에 없고 공동연구한 논
문이 별도의 논문으로 발표되는 당시의 관행을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잣대로 판
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숭실대 공대의 한영준 교수도 "제1저자에 대해 인문계와 자연계의 기준이 다르
기 때문에 2005년 논문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1988년 논문은 제자가 한번
발표한 논문을 선생이 다시 발표한 셈이니 만큼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시
관행은 현재는 많이 사라진 편이다"고 말했다.
고려대 문과대의 한 교수는 "교수가 대학원생과 공동연구를 하다보면 같은 연구
내용이나 유사한 논문이 나올 수 있다"며 "국내에 논문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비판적인 교수들은 시간이 지난 사안이기는 하지만 표절 여부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인문학부 유석춘 교수는 "논문 표절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라며 "1988년도이라고 해서 몇 백년 전 일도 아니다. 총장이 아니라 일반 교수라고
해도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의 한 교수는 "경영대 쪽의 논문 관행은 잘 모르겠지만 제
자의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 기고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문제다. 표절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것에 대해 학계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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