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정상을 탈환하겠다(삼성화재). 겨울리그 2연패로 진정한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겠다(현대캐피탈)'
`백구의 향연' 프로배구 2006-2007 V-리그'에서 최고의 빅매치로 꼽히는 `무적 함대' 삼성화재와 `장신 군단' 현대캐피탈의 라이벌 대결이 배구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1995년 팀 창단 후 겨울리그 8년 연속 우승에 이어 프로 원년이던 2004-2005년 시즌까지 제패해 겨울리그 9연패 신화를 창조하며 난공불락의 아성을 구축했던 최강팀이었다.
이 기간 `갈색 폭격기' 신진식과 `월드 스타' 김세진이 막강 좌우 쌍포를 이뤄 77연승 대기록을 수립했고 이들이 주축이 돼 출전했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삼성의 전성시대는 현대캐피탈의 놀라운 성장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003년 말 `컴퓨터 세터' 출신의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현대캐피탈은 2004년 V-투어에서 고작 상대전적 1승(10패)으로 삼성에 철저하게 눌렸지만 이듬 해 2004-2005시즌 정규리그에서 2승2패로 균형을 맞추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아깝게 졌지만 삼성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현대는 지난 시즌 마침내 삼성의 철옹성을 깨고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우승, 통합우승 꿈을 이뤘고 지난 9월 한국배구연맹(KOVO)컵에서도 `특급 용병' 숀 루니가 빠졌음에도 삼성을 3-2로 꺾는 등 5전전승 우승으로 `그랜드슬램'(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KOVO컵)을 달성했다.
실업배구 강자였던 현대자동차서비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현대의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특히 현대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김호철 감독의 지휘 아래 라이트 후인정과 센터 이선규, 윤봉우, 하경민, 세터 권영민, 송병일 등 무려 6명이 참가해 대회 2연패에 앞장섰다.
이번 시즌에도 현대가 독주하는 `1강3중' 구도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사정은 달랐다.
라이트 김세진의 은퇴와 주전 센터 신선호, `돌도사' 석진욱의 부상으로 전력 누수가 예상됐던 삼성은 `괴물 용병' 레안드로 다 실바가 24일 현대와 개막전에서 역대 한 경기 최다인 49점을 쓸어담는 무서운 공격력을 뽐내며 현대전 3-2 승리를 주도했다. 현대 우위의 예상을 깬 삼성의 기분 좋은 첫 승리였다.
레안드로와 네트를 사이에 둔 현대 용병 루니는 22득점에 그쳐 지난 시즌 최고 용병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김호철 현대 감독은 패배 후 "삼성이 아니면 다른 팀에서 잡기 힘든 용병 아닌가"라며 거물급 용병 레안드로의 출현에 부러움과 함께 경계심을 나타냈다.
삼성은 센터진 약화가 아킬레스건임에도 아시안게임 우승 주역인 신진식, 라이트 장병철, 리베로 여오현 등 3명과 컴퓨터 세터 최태웅, 보물센터 고희진이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과 탄탄한 수비를 구축했다.
반면 현대는 최고의 높이와 빠른 스피드가 강점이지만 백승헌의 군 입대와 장영기의 어깨 수술로 레프트는 루니와 송인석 두 명밖에 없고 아시안게임 대표였던 6인방은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라이트 박철우 기량이 좋아지고 아시안게임 트리오가 버틴 센터진은 여전히 최강이다.
삼성의 기선 제압 승리로 불 붙은 현대와 라이벌 대결은 시즌 내내 코트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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