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첫 행사가 열리는 보수우파 행사 ‘시팩코리아(CPAC Korea)’ 주최 측의 매끄럽지 못한 대회 준비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주최 측은 ‘가짜 박사’ 논란이 있는 유튜버 김정민 씨를 연사로 올리기로 한 데 이어, 이를 전화로 항의하는 일반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김 씨 측에 무단으로 넘겼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당사자 동의 없이 이름과 전화번호를 특정인에게 넘기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다.
이번 시팩코리아 행사는 미국 보수주의연맹(ACU)이 해마다 주최하는 미국 보수 진영의 최대 정치행사 시팩(CPAC)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해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박사 사칭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정민 씨가 연사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25일부터 알려지면서 적잖은 시민들이 대회 조직위(02-792-9870) 측에 항의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오늘 오전 3시경 의혹의 당사자 김정민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그는 “오늘 친중 세력들이 CPAC 측에 가짜 박사라며 저를 출연시키지 말라고 전화를 엄청 했다”며 “CPAC 측에서 친절하게 저한테 명단과 전화번호를 넘겨주면서 잘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언급한 ‘친중 세력’은 가짜박사 의혹 등 문제로 자신에게 항의하는 일반 시민을 칭한다.
본지는 김 씨가 언급한 항의전화 시민들의 명단 유출이 사실인지 대회 조직위 측에 물었다. 이에 조직위 관계자(사무국장)는 “명단이 유출된 경위는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항의전화에 시달린 직원이 차단 번호를 공유하려고 수집한 정보가 김 씨 측에 넘어갔을 수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다. 명단이 유출된 게 사실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 법에 따르면, 타인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측이 정보 주체(항의전화를 한 시민)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또 이를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 보호하는 개인정보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도 포함된다.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은 “항의 전화를 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게 사실이라면,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다음 주 시팩코리아 주최 측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정식 고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