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지지 성향의 네티즌들이 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오유) 게시판에 자신이 속한 MBC를 일컬어 “엠병신”으로 욕설 지칭하는 등 비판을 퍼부은 권성민 PD에 대해 MBC가 징계를 결정하자 시사·교양·라디오·드라마 PD 170명이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8일 오후 실명으로 성명을 내고 “당장 인사위원회 회부를 철회하고, 권 PD의 진심어린 호소를 받아들여라”고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해를 품은 달>의 김도훈 PD,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탄생시킨 정찬형 PD,
이들은 “권 PD가 한 것은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시청자들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MBC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것”이라며 “경영진은 권 PD의 충언(忠言)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일부 자구를 문제 삼아 인사위원회 회부로 답하고 있다”며 이번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엠병신’과 ‘마봉춘’의 비유는 비단 권 PD만의 주장인가”라며 “경영진은 권 PD의 충언(忠言)에 귀 기울이고, 국민들에게 다시 사랑받는 길을 찾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앞서 권 PD는 세월호 침몰 사고 한 달 후인 지난달 17일 ‘엠병신 PD입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정말 수치스러운 뉴스가 계속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PD는 “세월호 참사의 MBC 보도는 보도 그 자체조차 참사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번 보도가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떠들었다”고 MBC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자 MBC는 권 PD에게 ‘회사의 명예를 실추하고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을 내렸고, 9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징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 PD의 이 같은 주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국민 대부분의 시각으로 보기 어렵다. MBC에 비판적인 야권 지지층 성향을 제외하고 일부 시청자들은 오히려 MBC가 세월호 보도에서 가장 균형 잡힌 보도를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자사에 대해 모욕적 표현을 동원해 비난한 것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PD들의 주장과 달리 미국 등 해외에서는 회사나 상사의 욕을 했다가 해고까지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언론보도에 나온 사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응급 의료 서비스 회사 아메리칸 메디컬 리스폰스에서 근무하던 돈마리 수자(Souza) 간호사는 페이스북에 상사 욕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수자 씨의 업무 처리에 대해 고객 불만이 접수되자, 상사는 그녀에게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화가 난 수자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회사가 저런 XX를 왜 용납하는지 몰라"라는 글을 남겼다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같은 해 영국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16세 소녀 킴벌리 스완은 페이스북에 직장 일이 재미없다고 투덜댔다가 역시 해고당했다. 스완양은 "나의 첫 근무. 세상에! 정말 별로다!' '내가 하는 일은 스테이플러로 종이에 구멍을 내거나 스캔하는 것이 전부다. 이럴 수가!'라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가 몇 주 뒤 해고 통보를 들었다.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권 PD와 같이 모욕적 표현을 동원해 자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판글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MBC 세월호 침몰 보도가 처참하다는 건 노골적인 野성향의 기자와 피디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그것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라는 증거는 없다”라며 “보기에 따라 여러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보도 평가에 대해 언론인들이란 이유로 자신이 속한 회사를 일방적으로 모욕하고 명예를 실추할 권리는 없다. 대단하신 MBC PD들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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