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해 숨진 이남종씨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등 의문이 증폭되는 한편 좌파진영이 죽음을 반정부 투쟁에 이용한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가 ‘열사’로 미화하며 여론 선동에 나섰다.
미디어오늘은 3일 <젊은 민주시민 이남종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이란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글을 쓴 주인공은 김주언 KBS 이사로,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가 죽음을 미화하고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언 이사는 칼럼글에서 “계사년을 보내고 갑오년을 맞이하는 순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죽음을 목도했다. 2013년 마지막 날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를 외치며 분신한 고 이남종 열사가 주인공”이라며 “이 열사는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두개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몸에 불을 붙였고 새해 벽두에 그는 숨을 거뒀다”고 적었다.
이어 “그의 죽음을 단순한 ‘자살’로 치부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당시 불법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려는 세력이 죽인 것”이라며 “이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이다. 그래서 ‘살인자’들은 불법선거와 은폐·왜곡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히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이씨를 살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김 이사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이씨의 유서 내용을 소개한 뒤 이씨 미화에 나섰다. 그 대목은 “1973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난 고인은~”으로 시작돼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어려운 주변을 돕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고 상투적으로 끝난다.
김 이사는 이씨의 유해가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안치될 것이라고 적은 뒤 이어, “박정희 유신 독재시절부터 민주열사들의 죽음은 이어졌다.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시절에 많은 민주열사들이 젊은 나이에 민주화를 외치며 죽어갔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한 이후에는 이토록 처절하고 가슴아픈 죽음은 사라지는 듯했다”며 “그러나 다시 가슴쓰린 민주시민의 죽음을 목도하게 됐다. 이는 박 대통령 취임이후 유신시절로 역주행하고 있는 사회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열사의 죽음을 접하면서 김상진 열사가 데자뷰된 것은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김상진씨는 유신 시절 정권을 비판하며 할복자살한 이른바 민주화 인사다.
김 이사는 ‘김상진 열사’ 사건 소개를 이어간 뒤 “김상진 열사의 자결은 유신독재의 몰락을 잉태한 신호탄이었다”면서 “박정희의 딸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한 명의 민주시민이 목숨을 끊었다. 부정선거를 은폐하기 위해 ‘공안몰이’로 국민을 겁박하는 시기와 겹쳐 있다. 국민은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권이 박정희 정권처럼 몰락하리라는 ‘저주’의 뉘앙스를 풍기는 대목이다.
미디어오늘은 4일에도 <이남종 열사 영결식 “정의 위해 고난받는 자 복이 있나니”>제목의 기사를 통해서도 이른바 ‘민주투사 고 이남종 민주시민장 장례위원회(위원장 박선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4일 9시 반 서울역 광장에서 2천여명의 추모객들과 함께 이남종 열사의 영결식을 진행했다”며 보도했다. 제목부터 미화색이 물씬 배어나온다.
한편, 미디어스는 같은 날 <김정은 스토커를 자처하는 KBS, 서울역 분신 외면>이란 기사에서 ‘서울역 분신과 사망을 지상파3사가 외면했다’며 “오죽했으면 드라마 <추노>에서 열연한 배우 한정수 씨가 “더 어이없는 건 어느 뉴스에도 이 사건은 보도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토 했겠는가. 오늘도 지상파는 ‘안녕’들 하신다.”며 비아냥댔다.
이어서 KBS <뉴스9>이 연초 기업 시무식과 직장인들의 소망 등 한가한 뉴스나 내보내고 있다면서 중산층 붕괴 등의 현실은 보여주지 않고 김정은의 스토커라도 된듯 보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디어스는 그러면서 “다시 서울역 분신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언론에서 어떤 꼬리표를 붙이고 폄훼를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었고 그의 요구는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를 열사로 추모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있다. 인권과 생명을 존중한다는 자칭 진보매체들이 이렇게 죽음을 미화하거나 반정부 투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식의 언론보도 비평은 자살을 부추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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