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식정보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무등도서관의 노후화에 따라 최근 추진된 제2무등도서관 건립이 광주시의 무리한 사업비 요구로 인해 무산될 형편에 처해있다.
22일 광주시와 하동정씨 종친회에 따르면 지난 6월 2일 광주를 방문한 한나라당 정몽준 전대표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2013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도서관을 건립해 기부하겠다는 뜻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 물거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같은 아산재단 100억원 지원 계획에 대해 광주시가 당초 계획을 바꿔 토지구입비를 포함해 설계용역비, 도서구입비, 정보화시설비를 비롯해 심지어 가구 구입비까지 200억원을 무리하게 요구하면서 제2무등도서관 건립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 무등도서관은 30년전 고 정주영 회장이 5.18민주화운동으로 고통받은 광주시민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1981년 광주 북구 우산동 1만2488㎡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9148㎡ 규모의 무등도서관을 지어 광주시에 기증했다.
지난 3월부터 제2무등도서관 건립을 추진한 하동정씨 종친회 관계자 정모씨는 "지은 지 30년이 되어 노후화 된 무등도서관 리모델링 계획소식을 접하고 이를 아산재단에 알려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이 부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도서관 건립 검토를 시작했다"며 "왜 광주시가 추진단계에서부터 무리한 요구를 했는지 이해할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 고위관계자가 하동정씨 종친회 관계자와 대화에서 "아산재단측에 사정까지 해가며 제2무등도서관을 건립하고 싶지는 않다"며 무례하게 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시와 중간역할을 담당했던 종친회 이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퇴임한 정반표 전 무등도서관장과 합심해 제2무등도서관 건립에 노력했으나 광주시의 무성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답보상태에 있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또 다른 종친회 관계자는 "광주시가 제2무등도서관 건립을 위한 담당공무원들의 지금까지 행태는 이해할수 없다"며 "광주시가 제2무등도서관 건립에 성의없이 대응하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에 묻혀 없었던 일로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문화수도예술과 관계자는 "정몽준 전대표가 지난 6월 광주방문에 도서관 신축 지원을 밝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고 200억원 계획서를 만들어 보고했다"고 시인한 뒤 "광주시는 도서관 건립이 절실한 만큼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아산재단이 어떤 오해를 했는지는 알수 없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제2무등도서관 건립에 계획을 세웠던 무등도서관 정반표 전 관장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가 정말 어려운데 광주시의 도서관 추진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 정주영 회장 유지를 받들기 위해 아산측이 현 무등도서관 인근에 건립을 생각했으나 장소 변경계획도 의견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 전 관장은 "지난 3월 추진부터 6월까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 됐으나 현재 답보상태여서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광주시립도서관 관계자는 지난 6월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광주시가 부지를 제공해준다면 건축비 100억 원을 들여 현대식 도서관을 지어 광주시에 기부하되 도서관 명칭에 '아산'을 포함해 줄 것을 제안해 왔다"라며 "앞으로 아산사회복지재단과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론에 성실히 알렸다.
한편, 강운태 광주시장이 공직기강을 강조한데 이어 예산 확보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일선 공무원들의 무성의, 무책임 행정에 대한 지적과 함께 복합문화 도서관을 기대했던 광주시민들의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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