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와 같은 심정이었다” “무력한 소수 야당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 “최루탄 아닌 진짜 폭탄이 있었다면...”
한미FTA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해 22일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에게 ‘최루열사’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국회를 향한 ‘최루탄 테러’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벌인 김 의원에게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칭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최루탄이 아닌 진짜 폭탄이 있었다면 던졌을 것”이라고 밝혀 ‘최루열사’ 풍자가 주는 재미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듯하다. 본인 스스로 밝혔듯, 만약 김 의원이 던진 물체가 최루탄이 아닌 수류탄이었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제와 오늘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모두의 눈물과 희생으로 쌓아온 민주주의가 단 하루의 테러로 폭력과 피로 얼룩져 나락으로 떨어질 뻔 했다는 상상은 지금 해도 오싹하기만 하다.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테러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반응은 극단으로 갈렸다. 좌파진영은 대체로 환호하거나 침묵하는 모습이었지만, 대다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김경재 “김선동 막지 못해 국민에 죄송” 김용갑 “FTA 막는 게 의거인가? 안중근 모독”
작년 순천 보궐선거 당시 김 의원과 맞붙었던 김경재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지난 보궐선거였지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순천시민들에게 선택의 혼선을 일으키게 한 점 국민에게 죄송스럽기만 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TV토론 등을 통해 여러 후보가 마음을 합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김선동에게 순천을 뺏길 수 있다고 했지만 민노당의 전략에 이루어지지 못했다”면서 “그 때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한 건 어쨌든 나의 능력 부족이었고, 민노당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 것을 지금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김 의원의 국회 진출을 막지 못한 점을 아쉬워 했다.
한나라당 상임고문인 김용갑 전 의원은 “자기 주장대로 되지 않으면 국회를 폭파라도 시키겠다는 건가? 국회의원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한마디로 자질이 없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의원은 “국민을 탄압하고 착취한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한 행동과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는 FTA를 막는 행위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나?”고 반문하면서 “안중근 의사와 같은 심정으로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야 말로 안중근 의사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전 의원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추진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가장 보수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사람이지만 나는, 노 대통령이 비록 좌파이나 국익을 위해 한미FTA를 결정하는 모습에서 6.29 선언의 감동을 다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WTO, OECD 가입, 경부고속도로 건설, 일본문화개방 등 사사건건 반대했던 일들이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 그때의 반대들이 다 틀리지 않았나?”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시장을 이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런 테러를 저질러 세계에 우리 정치를 부끄러운 수준으로 알린 김 의원에 대해 한국의 법이 살아있다면 그냥 묵과해선 절대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민호 교수 “김선동 민주주의 의식, 김두한 똥물 투척 수준도 못돼”
20대 젊은이의 소감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대학생웹진 ‘바이트’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영씨는 “TV뉴스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봤다”며 “우리 국회가 정말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학생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되고, 김 의원의 행동으로 오히려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는 김 의원 최루탄 테러 직후 인터넷과 SNS 등에 올라온 일부 네티즌들의 광적인 반응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김 의원을 의인이니 열사니 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켜세우는 댓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착잡했다”며 “(이번 행위는) 국회에 최루탄을 던지는 건 김두한의 똥물 투척과도 다르다. 김 의원의 민주주의 의식이 저 정도 밖에 되지 않나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이번 국회 최루탄 테러를 보면서 느낀 점이 세 가지가 있다면서 “첫째 김 의원의 민주주의와 국회에 대한 이해가 김두한의 똥물 투척 수준도 못 된다는 것, 둘째 김 의원이 최루탄 테러를 자신의 정치쇼로 이용하지 않았냐 하는 의구심, 셋째 김 의원의 행동을 보며 의인, 열사 하는 그 사람들은 과연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회가 최루탄 테러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현실을 개탄했다.
보수논객으로 활약 중인 복거일 소설가는 단 한마디로 김선동 의원의 행위를 꼬집었다. “영국 비평가 새무얼 존슨은 ‘악한이 마지막으로 숨는 곳이 애국심이다’란 명언을 남겼다”면서 “못된 짓을 하고 애국지사 안중근 의사와 비교하며 그 뒤로 숨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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