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권주자 경쟁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비교하는 언론의 분석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로 전면에 부상한 안 원장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치행보보다는 외부 강연 및 청춘콘서트 등의 비정치적 활동으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자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의 ‘신비주의’의 대명사인 박 전 대표가 더불어 자주 언급이 되고 있는 것.
조선일보는 안철수식 정치의 세 가지 코드로 ‘분노로 촉발된 정치’ ‘아날로그형 소통’과 함께 ‘신비주의 전략’을 꼽으며 “안 원장은 박원순 시장에게 응원 편지를 전달한 지 20일 만에 재산 환원 카드를 들고 나타났다. 그 사이 야권의 각 정파들이 안 원장의 '정치 참여'를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그는 여기에 직접 답하지 않고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우회적 답변을 내놨다. 온갖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비주의 전략'이란 말이 나온다.”고 풀이했다.
문화일보는 16일 ‘박근혜 ‘압축 화법’ vs 안철수 ‘샤이 이미지’’란 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각각 나이도, 살아온 인생 역정도 다르지만 화법과 스타일은 상당히 비슷하다”면서 “필요한 말만 짧게 하는 두 사람의 화법은 현란한 수사가 오히려 공허하게 들리는 기성 정치권 인사들과 대비되면서 강하게 ‘어필’하는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1, 2위를 다투는 두 인물이 모두 행동보다 말이 앞선 정치권과 차별화가 되면서 ‘신비주의’가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좌파진영의 시각으로 정치를 분석해오고 있는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16일 ‘안철수의 '스트레이트'와 박근혜의 '잽'’이란 프레시안 기명칼럼을 통해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비슷하다. 신비주의”라며 두 사람의 유사성을 꼽았다.
그러나 본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신비주의’란 정치적 이미지가 겹칠 경우, 두 사람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동시에 쉽게 부각되면서 호불호에 의한 대중의 극단적 평가를 피해가기가 어렵게 된다. 특히 좌파진영으로선 안 원장의 장점과 비교되는 박 전 대표의 단점을 집중 부각시켜 여권의 강력한 후보인 박 전 대표 깎아내리기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프레시안의 김 평론가는 “안철수 원장은 논술형으로 말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단답형으로 말한다”며 “안철수 원장이 두 개의 편지(박원순 지지 편지와 기부 편지)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밝히는 반면 박근혜 의원은 한두 마디의 말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안철수 원장은 명료하고 박근혜 의원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또 “안철수 원장은 '남'을 향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나'를 향한다”면서 “안철수 원장이 대중 앞에 나선 것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고 1500억 원을 기부하기 위해서였지만 박근혜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거나 신공항 백지화에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나섰다. 안철수 원장은 그렇게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부각시켰고 박근혜 의원은 자신의 정치입지를 챙기는 모습을 굳혔다. 그래서 안철수 원장의 이미지는 따뜻하고 박근혜 의원의 이미지는 차갑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기부 본 국민은 박근혜에 ‘당신은 무얼 내놓겠나’고 물을 것”
이런 비슷한 지적은 우파진영에서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는 “안 원장이 1500억원대의 주식을 내놓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중의 시선은 이제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자연스럽게 가게 됐다”며 “지금껏 대중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놓는 통근 희생과 헌신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박 전 대표가 과연 무엇을 내놓을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안 원장과의 경쟁을 상수로 놓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 박 전 대표로선 이런 안 원장의 희생적 모습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다음 달 1일 방송되는 mbc 신설프로인 ‘주병진 토크 콘서트’에 출연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한 정치권 인사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방송 출연 섭외를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최근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등 굵직한 정치 현안이 산재해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예능프로그램인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이후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안 원장과 같이 신비주의적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자주 비교가 되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도 덩달아 나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예능토크쇼 출연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이미 안 원장의 프레임에 갇혀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오랫동안 제기돼왔던 박 전 대표의 신비주의 문제는 안철수식 정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인의 장막을 걷어내고, 대변인을 거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현장정치, 민생정치로 뛰어들어 국민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고 동료와도 직접 소통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진정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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