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결국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돕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구도 재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결과, 초반 우세에도 불구하고 막판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는 박 후보에 안 원장이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줌으로써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 개입은 물론 사실상 본격적인 정치참여를 선언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지난 21일 박 후보와 회동한 후 이틀 후인 23일 박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도움을 드릴지 고민해서 내일(24일)까지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박 후보측이 밝혔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이 어떤 형태로든 박 후보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박빙의 양상을 띠고 있는 판세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미 많은 언론이 분석했듯 안 원장의 서울시장 개입 선언은 차기 대선 구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만약 박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서울시장 선거의 주인공은 박 후보가 아닌 안 원장이 되기 때문이다.
미미한 5%의 지지율을 얻었던 박 후보에게 자신의 50% 지지율을 얹어 주고, 막판 승리의 동력이 부족한 박 후보에게 다시 도움을 줌으로써 서울시장 당선이란 결과를 낳게 된다면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을 안 원장 혼자 만든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안 원장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훨씬 뛰어 넘는 평가를 받게 된다.
따라서 안 원장 입장에선 10.26 서울시장 선거 개입은 ‘박근혜 대세론’을 넘어 ‘안철수 대세론’을 확산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선거를 이틀 앞둔 상황에서 박 후보 지원 선언을 한 것은 안 원장이 이런 계산하에 승부수를 던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다음 대선에 스케줄이 맞춰져 있는 정치권의 재편도 안 원장 중심으로 짜여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VS 안철수’ 구도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분열을 가져오고 각 정치세력의 손익계산에 따라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과 인물들로 채워지게 된다.
이 세력은 당연히 기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구태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이념, 지역구도 타파를 전면에 내세워 투쟁 중심의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내는 중도층 흡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편 과정에서 민노당과 같은 극단적 이념지향 세력이 주도권을 잃고 밀려나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만일, 반대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후보가 질 경우 안 원장의 역할론은 축소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미 제1야당으로 힘을 잃은 현재, 야권의 재편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기존에 보여준 안 원장의 가능성은 야권 재편의 동력으로 계속해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야권 재편이란 블랙홀에 대책없이 빨려 들어갈 지 아니면 제1정치세력으로 독자적인 건재를 과시할 수 있을지가 달려 있다고 보여 진다.
이길 경우 한나라당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게 되는 것이고, 근소하게 져도 야권 재편 구도에 속수무책으로 휘말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큰 차이로 질 경우, 한나라당의 미래도 점칠 수 없는 개편정국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원장의 미래는 물론 정계 개편의 모습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 하나에 모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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