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리에 열린 변희재 본지 대표의 ‘대한민국 언론지형도’ 첫 강의에 이어 정해윤 미디어워치 객원논설위원의 ‘미래세대를 위한 언론현장 특강’ 강좌가 1월18일 여의도 금산빌딩 412호에서 열렸다. 첫 주 강의에서 변 대표가 ‘종이신문의 미래’ ‘인터넷신문의 미래’ ‘종편 등 방송의 미래’ ‘스마트TV 등 뉴미디어의 미래’ 주제로 대한민국 언론계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설명, 언론지망생 및 일반 수강생들의 이해도를 높였다면, 2주차 강의를 진행한 정 논설위원은 그간 몰입해 온 자신의 ‘세대론’을 통해 예비언론인들의 비판의식을 고취시켰다. 거대 기득권 장벽으로 위치한 386세대가 어떻게 경제, 문화 등 사회전반의 주도권을 쥐고 이하세대를 억압하고 있는지, 또 2030세대가 어떻게 하면 이들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발전적으로 넘어설 수 있는 지에 대해 역설했다.
정해윤 논설위원은 먼저 “한 시대에 있어 특출한 인재는 혼자 태어나지 않고 반드시 집단으로 태어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황금집단이 등장하게 되면 그 뒤의 세대가 초토화되기 마련”이라고 언급했다. 정 논설위원은 한국 경제를 일으킨 삼성, 현대, LG 창업주들을 예로 들며 “역대 최고 부자들인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는 1920년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인물들로, 1000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 하는 부자들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태어났다”며 “외국에선 사례를 보기 힘든 일로, 특별한 기회를 타고난 세대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결과(문어발식 사업확장) 새로운 싹(또 다른 대기업)이 나지 못하는 게 안타깝게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 논설위원은 또 다른 사례로 ‘3김정치’를 들었다. 그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역시 1920년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해방직후 성년이 된 집단으로 친일시비에 걸리지 않는 행운을 타고났다”면서 “이들은 근 30년간 대한민국 정치에 개입하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틀어쥔 권력이 바로 다음 세대를 건너뛰어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졌다”며 “노 전 대통령이 1946년생으로 김 전 대통령과는 생물학적으로 20년 이상 연령차이가 난다. 1930년대 생 정치가는 과연 뭘 했나. 평생 양김 수발이나 들다가 끝났다”고 지적했다. 황금세대 바로 뒷세대의 초토화 현상이 정치역사를 보더라도 그대로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정 논설위원은 “한국에선 세대교체가 이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결국 뒤에 오는 한 세대가 초토화되는 현상은 오늘날 2030세대가 처한 상황과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앞에서 잔치를 벌이면 뒤의 집단은 초토화돼
정해윤 논설위원은 이어 본격적으로 386세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386세대가 비판하는 노인세대는 소수의 자산가를 빼곤 대부분 궁핍하다. 하지만 386세대는 한국사회가 제공한 특별한 기회에 일자리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강자로 등장한 운 좋은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386 벤처 창업가집단을 보자.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가 1962년생, 드림위즈 이찬진이 1965년생, 엔씨소프트 김택진이 1967년생,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이 1967년생, 다음 창업자 이재용이 1968년생이다. 특정 연령대에서 또 다른 경제 권력집단이 출현한 것”이라며 “코스닥이 생긴 후 엄청난 자본을 끌어들인 결과 시장은 활황이었지만 기술개발에 게으르고 돈 잔치를 하는 등 도덕적으로는 해이했었다. 소수의 부자는 출연했지만 대부분은 돈을 잃고 벤처 거품도 곧 꺼졌다. 앞에서 잔치를 벌이면 뒤의 집단이 초토화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힐난했다.
이어 “1970년대 생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 중 일정 책임이 이재용, 이해진 이런 사람들에게 있다. 쇼핑몰, 게임 등을 전부 포털이 가져가면 밑의 벤처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삼성 창업주 이병철이 설탕, 제분, 모직, 전자까지 다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고 반문했다. 정 논설위원은 그러면서 “이병철 삼성 욕하는 건 쿨하고 진보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왜 이 사람들은 똑같이 비판하지 않나”며 “동일하게 시장 권력자들로서 삼성과 동일한 방식으로 포털사이트를 비판해야 하고, 그 사람들에게 후배를 위해 길을 터줘야 한다는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정 논설위원의 비판은 386 문화권력으로 옮겨갔다. 정 논설위원은 먼저 “1980년대 들어 영화아카데미가 만들어지고 박찬욱, 봉준호 이런 사람들이 영화아카데미를 통해 등장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자본이 영화계로 흘러들어오게 되면서 1990년대 후반엔 극장이 멀티플렉스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벤처기업가들이 코스닥에서 뜨기 시작한 시기와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쉬리’ 강제규가 1962년생, ‘그때 그 사람들’ 임상수가 1962년생, ‘올드보이’ 박찬욱이 1963년생,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이 1964년생, ‘친구’ 곽경택이 1966년생, ‘괴물’ 봉준호가 1969년생이다. 30대 중반에 흥행영화를 만들어낸 이들”이라며 “그렇다면 왜 지금 30대 감독이 잘 나오지 않나? 봉준호의 ‘괴물’의 경우를 보면 전체 대한민국 극장에 상영됐었다. 자본도 개봉관도 이 사람들에게 흘러가고 독식하니 젊은 감독이 나오기 힘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화 권력 분야에서도 386세대가 동일하게 후배세대의 몫을 착취하는 점이 있다”며 “그 결과 후배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똑바로 봐야
정해윤 논설위원의 386세대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정 논설위원은 “평범한 386세대들도 위선적인 건 마찬가지”라며 “1986에서 88년은 ‘3저호황’의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로, IMF가 오기 전까지 제일 많은 머리수가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던 세대가 386세대”라면서 “그 이후 1997년, 98년은 민간분야에서 공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생들은 이후 귀족노조로 편입됐고, 그 이후 세대는 IMF 터진 후 입사해도 비정규직으로 흘러가거나 아예 취업하지 못하는 등 취업문은 극도로 좁아졌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그는 “2030세대는 기업에 입사해도 노조 기득권 세력에 억압당하는 노조원 신세고, 금융위기 시 공기업 등에서도 기존 기득권 노조원의 월급이 아닌 가장 먼저 월급이 깎이는 처지”라며 “젊은 세대는 노조 없는 삼성을 때리는 것보다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윗세대를 비판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정희를 비판하면서도 박정희 산업화 덕을 보고 노인들을 비판하면서도 노인들의 덕을 보고 미국을 욕하면서도 미국에 자식 유학 보내는 세대가 바로 386세대”라며 “이점을 똑바로 알고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똑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논설위원은 386세대가 자랑하는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도 “4.19혁명 당시 희생자는 160여명이었다. 6월 항쟁 때 그만큼 사람이 죽었나? 아니다. 그럼에도 왜 4.19는 실패했고, 6월 항쟁은 성공했나? 4.19 때는 GNP가 70달러 실업률이 34%였던 반면 6월 항쟁 때는 GNP 3321달러, 실업률이 3.1%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물적 토대인 3000달러가 이뤄진 시기”라면서 “이런 경제여건 하이기에 넥타이 부대들이 시위에 동참할 수 있었고, 좋은 직장에서 여유가 있으니 민주의식도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외부적인 상황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이었지 결코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며 “우리가 선배세대보다 실절적인 뭔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기회가 부족했다는 것이지 결코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논설위원은 끝으로 2030세대 수강생들에게 격려와 부탁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정 논설위원은 “우리가 386세대에 대해 우리 나름의 역사를 만들고 기록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종속집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다. 박정희가 제공한 많은 기회와 시대적 혜택의 수혜자이면서도 그런 것은 기록하지 않는 386세대 역사관의 노예가 되지 말고 여러분은 반드시 여러분 세대가 체험한 경험과 역사를 기록하는 눈을 부릅뜬 사관이 돼주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내주 화요일(1월25일) 3강에서는 김용호 스포츠월드 연예문화부장이 ‘연예기자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언론특강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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