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의 패배로 끝난 6.2 지방선거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20~30대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이 명암을 갈랐다고 입을 모은다. 표심을 결집시킨 젊은 유권자들의 이 같은 ‘투표 바람’에는 트위터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자리 잡고 있다. 소셜웹연구회장인 KAIST 한상기 교수는 IT매체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위터 이용자수가 40만∼50만 명대로 이들에 대한 투표 독려가 전체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지는 의문이지만, 소셜미디어로서 아젠다 세팅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도 4일 오전 YTN라디오 ‘최수호의 출발 새 아침’과 가진 인터뷰에서 젊은 층의 높아진 투표율에 대해 “노풍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 전략이 상당히 주요하지 않았느냐”며 “트위터를 통해서 선거일 훨씬 전부터 투표 독려 운동이 전개가 됐다” “선거 당일에는 연예인들이 나서서 투표참여 인증샷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해서 야당 지지자들의 결집에 트위터가 큰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언론 역시 트위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중앙일보는 3일자 기사 ‘‘6.2지방선거 이변’ 트위터엔 어떤 일이 벌어졌나’에서 “뉴미디어를 통한 젊은 세대의 결집이란 점에서 2002년 대선 당시 일었던 ‘노무현 돌풍’을 연상시킨다는 시선도 있다”며 “트위터는 이미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버락 오바마 당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선거운동에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도 3일자 기사 ‘‘노풍’ ‘북풍’도 아닌 ‘트위터’가 유권자 움직였다’를 통해 트위터 열풍을 전했다.
이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선거 하루 전인 1일부터 트위터에는 ‘투표 바람’이 불었다. 미술가 임옥상은 트위터를 통해 “6.2 선거에 투표하신 20대 여러분 중 선착순 1000분께 제 판화를 드리겠다”며 “투표소 앞에서 찍은 본인의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저에게 보내주시면 자동으로 신청된다”고 밝혔고, 소설가 박범신, 시인 안도현 등도 공연 초대권, 저서 등을 주겠다며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음반제작사 ‘드림팩토리’는 가수 이승환의 10집 앨범 50장을 선물하겠다고 했고, 바둑기사 이세돌은 선착순 100명과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탤런트 박진희, 가수 김창렬, 아이돌그룹 소녀시대 멤버 윤아, 아이돌그룹 2AM 멤버 조권, 방송인 노홍철 등 유명 연예인들도 투표소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 등에 직접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고, 여성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미료는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용자들 역시 ‘무한 리트윗(RT)’을 통해 이들 사진을 퍼뜨리며 투표 참여열기를 확산시켜 나갔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가장 혁혁한 ‘트위터 바람’을 몰고 온 인물로는 김제동 소속사인 다음기획 콘텐츠사업본부 본부장 출신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가 꼽히고 있다. 탁 겸임교수는 지난 2일 트위터에 “이번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10% 이상 올라가면 20~80대 누구나 무료입장 가능한 ‘죽이는 콘서트’를 연출하겠다. 사회자로 이외수 선생님을 옹립할 예정으로, 사모님과 곧바로 출연료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3일 한겨레는 ‘투표율 높인 20대에 ‘콘서트 선물’’기사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탁 교수의 이런 제안은 평소 친분이 있던 이씨가 트위터에서 17만여명의 ‘팔로어’(이씨의 글을 보는 사람)를 ‘거느릴’ 만큼 인기가 있는데다, 이번 선거에서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각별히 독려해왔던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실제로 이씨는 투표일 새벽 2시께부터 트위터를 통해 ‘20대의 위력을 한번 보여 주삼^^’, ‘투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등의 투표 독려글을 잇따라 올렸다. 또 투표장을 찾은 자신을 찍은 ‘인증샷’을 올려, 다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적극 권했다”고 보도했다.
또 “탁 교수는 ‘20대의 투표를 독려해 이번 콘서트 개최에 큰 공을 세운 이 선생님이 사회자를 흔쾌히 맡았다’며 ‘이른 시일 안에 공연을 열어 20대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친노좌파 진영은 이런 형태를 반복하면서 정치를 문화와 연예, 대중오락 등을 접목시킨 문화의 총화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트위터에 “앞으로 정치판에도 이성이 주도하는 시대는 가고, 감성이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소설가 이외수의 주장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문제는 이 같은 선거문화의 변화조짐에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지낸 청와대 김철균 뉴미디어 홍보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트위터의 가입자 수가 제대로 파악도 안 되지만 업계에서는 많아 봐야 40∼50만 명으로 보며 그것도 수도권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한다”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트위터가 위력을 발휘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김 비서관은 또 “강원도나 제주도와 같이 투표율이 높았던 곳과 트위터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라며 “트위터 이용자들끼리 투표에 많이 참여하자는 얘기는 했겠지만 그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확한 통계자료가 나오지 않는 한 트위터 등 뉴미디어가 이번 선거에 어떤 직접적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알기 힘들다. 오히려 트위터라는 매체를 활용해 20대와 30대에 팽배한 정권심판론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다단계 방식으로 조직된 트위터를 통해 표심으로 전달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점에서 한나라당 수도권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홍준표 의원이 투표 직전인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20대가 보수화 되고 있다"며 "20대 투표율이 높아도 불리하지 않다"면서 "20대가 중시하는 일자리 창출은 야당이 하는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것"이라며 "20대 투표율이 높더라도 정부여당에 유리한 구도로 갈 것으로 본다"고 젊은 층 투표 참여를 안일한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점이 문제이다. 20대는 물론 심각한 수준의 지지율로 정권 심판론을 관철시킨 30대에 대해서도 대비책조차 없었던 것이다.
뷰스앤뉴스는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얼마나 오만한 자기도취적 착각에 빠져 민심을 거꾸로 읽고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준 발언이었고, 20~40대는 이번에 똘똘 뭉쳐 그들의 착각에 일퇴를 가한 셈”이라고 집권 여당의 안일한 사고방식을 꼬집었다.
정부와 여당이 ‘트위터’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였다. 한나라당은 스마트폰인 ‘쇼 옴니아’ 770대를 국회의원 전원에게, 중앙당 당직자와 500여명의 시도당 당직자에게 지급하고 원격회의 주재 등을 가능케 해 당직자간 소통과 기동성을 높였다. 또한 당 청년위에서는 이번 선거를 겨냥, ‘트위터 기자단’을 발족시켰다. 당초 목표했던 100명에는 크게 못 미친 24명을 모집했지만 공식선거운동시작일인 20일 발대식을 갖고 각 지역별로 활동을 했다. 하지만 다단계 방식의 정당 조직과 유사한 트위터 내에서 여당의 인위적인 개입이 효과를 내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정치웹진 다요기 박한명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문화 더 나아가 감성의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이 필요함을 보여준 기회”였다며 “아무리 뛰어난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또 트위터를 열심히 해도 결국 반드시 적을 타도하겠다는 살인형 축제인 카니발을 즐긴 20대와 30대유권자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선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트위터라는 신속한 다단계식 지령 전달형 매체, 투표행위를 인증샷으로 세련된 트랜드로 격상시킨 전술 등도 모두 20대와 30대의 정치의식이 만들어낸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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