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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과 386에 전리품 안겨준 촛불세대

세대이익에 무관한 일에 전력투구, 모든 기획은 386이 주도

젊은 세대의 연이은 촛불집회 결과, 한미간에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제외 자율결의라는 기본 합의가 도출됐다. 집회를 주도한 이른바 진보좌파 언론에서는 "새로운 민주화 세대가 탄생했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를 기획한 주체와 결과론적 측면에서 검토해보면, 이들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번 집회는 처음부터 386의, 386에 의한, 386을 위한 것일 뿐, 젊은 세대는 카메라에 스쳐지나가는 엑스트라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우선, 386 지식인들은 촛불집회 초기 10대를 세대운동의 주역으로 띄웠다. 그러면서 '2.0세대'라는 별호를 붙여주었다. 자연스럽게 '88만원세대'라는 이름의 20대는 무기력한 끝장세대로 폄하되었다. 기준은 단 한 가지, 집회에 출동한 카메라에 모습이 잡히느냐의 여부였다. 좌파매체는 집회에 나오지 않는 20대와 30대를 시종일관 압박하였다. 그 결과 촛불집회 내내 젊은 세대 스스로 세대론을 주도하지 못했다. 386 지식인 진중권, 우석훈 등은 "이제 소가 되어 죽을 거에요"라 울어대는 10대를 합리적 시민으로 부각시키는 수준 이하의 여론선동을 지속했다. 결국 30대를 신세대로, 20대를 88만원세대로 규정한 386지식인들은 10대 또한 2.0세대라 자의적으로 규정하며 아랫세대에 대한 지배를 더욱 더 공고히 하는데 성공하였다.

다음, 20대와 30대가 그간 스스로 이룩한 현실의 광장과 인터넷을 통한 참여 문화가 전면적으로 부정당했다. 젊은 세대는 2002년 월드컵 붉은악마의 응원 등, 참여 엔터테인먼트화를 추구했다. 또한 작년엔 인터넷상에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를 지지하며 자신들의 진취적인 뜻을 집단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지금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신좌파 386지식인들은 당시 이러한 젊은 세대의 자발적 움직임을 '우익 파시스트'라 비난하였다. 향후 베이징 올림픽 거리 응원단이 나섰을 때, 386 신좌파 지식인들이 이들을 또 어떻게 매도할지, 충분히 예측해볼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젊은 세대 스스로 자체 이슈를 개발, 참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번 집회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를 하루 빨리 들여오자"며 1인 시위를 한 대학생, 1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폭력 촛불집회 규탄 카페' 등은 전혀 이슈가 되지 못했다. 똑같은 참여라 하더라도 언로를 장악한 좌파 386의 입맛에 맞으면 혁명전사로 찬양되고, 이에 어긋나면 우매한 파시스트로 매도되는 현상이 이번 촛불시위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한편, 젊은 세대의 창업과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주범인 포털사이트 권력은 극대화되었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 분야 창업과 해외진출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나가면서 실업난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당시 정치적 목적으로 포털의 독점과 권력화를 방조하면서 인터넷 경제는 망가졌다. 결국 극소수 포털을 제외하고 인터넷 산업은 붕괴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386지식인들은 포털의 여론 조성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치 투쟁만을 목적으로 삼는 그들의 눈에는 포털의 여론조성 기능이 바로 독과점과 규제받지 않는 권력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 보일 리가 없다. 그들이 예찬하는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역시, 여론을 주도하는 주요글은 다음 내부에서 선별한다는 사실조차 애써 외면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사업에 해가 되는 이슈는 인터넷에서 공론화될 수 없다는 점도 무시되었다. 똑같이 MBC PD수첩에서 다루었지만, NHN의 한게임의 도박성 문제가 인터넷에서 전혀 논의되지 못하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네이버는 물론 다음까지도, PD수첩의 한게임 보도를 입을 맞춘 듯 메인에서 감추었다.

이번 촛불시위의 전리품은 포털사가 챙겨갔고, 젊은 세대는 더욱 더 견고해진 포털의 지배 아래 살아가야할 판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젊은 네티즌들이 포털의 편집진에 길들여지며, 포털의 사업에 걸맞는 이슈만 인터넷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 이미 영악한 386 지식인들은 이를 간파하고, 일체 포털 직원들이 싫어할 만한 글은 쓰지 않고 있다. 특히 우석훈은 "다음의 아고라는 헌법이 걸어나온 듯하다"며 거대 자본 포털의 권력에 아첨하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조차 이들의 야합에 손발을 맞추어주어선 안 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에게는 그 어느 나라의 것이든 값싸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들여오는 것이 세대의 이익에 부합한다. 이번 집회가 이러한 취지였다면, 당연히 검역체계가 불투명한 한우 문제도 다뤘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집회를 기획한 진보좌파 시민단체의 향후 투쟁 계획에 한우 검역체계와 관련된 주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반미와 반정부 투쟁뿐이다. 처음부터 국민의 건강이 아닌 정치 투쟁의 목적으로 집회를 기획한 결과이다.

지금은 80년대와 달라 정부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시민사회의 존재 의미와 투쟁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촛불집회는 정부만을 대상으로 삼은 지극히 80년대식이었고, 그 결과 집회의 주역도, 승리의 결과물도 온전히 386세대의 것이 되어버렸다. 집회의 스타는 386 지식인들이고, 젊은 세대는 우연히 경찰이 얻어맞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 때만 일시적으로 집회의 주역이 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명백한 진실이 촛불에 묻히고 있는 현실, 이야말로 아직도 학계와 언론계 등 사회 곳곳에서 386의 권력이 막강하고 젊은 세대의 발언권은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88만원세대론을 주장하는 우석훈은 젊은 세대가 젊은 세대 스스로 단결하여, 사업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나의 담론 역시 언론 유통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이제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낡은 386들의 감언이설에 몸과 영혼을 내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여 세대의 이익이 무엇인지 정확히 따져서 발언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2-30대 젊은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패거리 기득권을 위해 아랫세대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태를 지속하는 386 지식인들에 더 이상 헛되이 지면을 내주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세대를 폄하는 88만원세대, 끝장세대 같이 386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급조된 세대명은 인용조차 해주어선 안 된다. 그래서 세대운동은 언론개혁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 변희재

* 국민일보 기고글을 수정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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