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유로화 가치가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유로존(유로화 가입지역)의 환율 및 금리 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유로화 가치는 2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1.6001 달러로 사상 처음 1.60 달러를 넘어섰고, 오후 유럽 외환시장에서 1.6019달러로 지난 1999년 1월 출범한 이래 달러화대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지난 해 11월 1.40 달러를 첫 돌파한 이래 5개월 만에 20 센트가 올랐으며, 지난 2월말 1.50달러를 돌파한 뒤 2개월 만에 10센트가 오르는 등 갈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를 방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로화의 달러화에 대한 가치가 오르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의 침체에도 원인이 있지만 ECB가 경기 부양보다는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유로화 상승은 ECB 집행 이사들이 유로존의 인플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금리 인하를 배제하는 발언을 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일부 ECB 이사들은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인한 국제금융 위기에 대응하고 이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 영국, 캐나다의 중앙은행들은 잇따라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8월 이래 기준금리를 5.25%에서 2.25%로 급격하게 조정, 금융위기의 불똥이 실물경제로 튀는 것을 강하게 차단하고 나섰다.
그러나 ECB는 지난해 6월 이래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ECB는 지난 2005년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2003년 6월부터 2.0%로 유지해 온 기준금리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2006년 3월, 6월, 8월, 10월, 12월, 2007년 3월, 6월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2005년 12월 이후 8번 단행된 금리 인상으로 ECB의 기준금리는 4.0%로 6년 만의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유로존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ECB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하로 유로존의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짐에 따라 유로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ECB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의 물가가 ECB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 유가의 강세와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유로존의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유로존의 인플레율은 3.5%에 달해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지난 10일 ECB 정례 금리 발표 후 기자 회견에서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ECB의 기본적인 정책 목표라고 밝혔다. 트리셰 총재는 "우리는 현재의 통화정책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트리셰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에 대한 감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며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정부는 ECB의 인플레 억제 우선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로존 국가들이 ECB에 대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독일은 각국 정부의 이런 요구가 ECB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장기적인 금융 통화 정책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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