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기초대학원에 임상 출신 의사가 전일제 대학원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2009년부터는 MD-PhD과정의 활성화를 위한 병역특례를 적용하겠습니다"
지난 11일 서울대의대 학장으로 취임한 임정기 교수(영상의학과)는 23일 연합뉴스와 취임후 첫 인터뷰를 갖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와 제2캠퍼스 추진, 기초-임상 연구 활성화 등에 대한 자신의 복안을 밝혔다.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이 "교육적인 면, 선택의 면에서 합당하지 않고 잃는 게 많다"는 개인적 입장을 내비쳤다.
임 신임 학장은 75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83년에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00~2003년 대한의학회 학술진흥이사를 역임했으며, 170여편의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바 있다. 현재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약 중이다.
다음은 임 학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학장선거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서울대의대의 의학전문대학원 운영 방침에 변화가 있나.
▲장점이 많은 현 의예과 제도(2+4)의 틀을 유지하면서 편입 혹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선발하는 트랙을 추가하는 제도를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다. 다만 2010년에 각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엄정히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개발해 이에 근거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의학전문대학원을 반대하는 것인가
▲학장 선거 때 의학전문대학원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었고, 소신은 변함이 없다. 현 단계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을 계속 한다거나 안 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교육부와의 약속 때문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을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모든 대학이 현행 `2+4'체제를 없애고 `4+4' 체제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적인 면, 선택의 면에서 합당하지 않고 잃는 게 많다. 6년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4+4' 시스템에 의해 4년제를 마치고 들어온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문지향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남자의 경우 37세 정도에 의사, 연구자, 교수로서 발을 내딛게 되는데 이 시점은 너무 나이가 많다. 그렇다면 경쟁력에 손실이 올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캠퍼스가 많이 비좁은데 제2캠퍼스 추진은 어떻게 되고 있나.
▲현재 의과대학 내에 멀티 캠퍼스 추진팀을 두고 운영 중이다. 우선 인천 청라지구에 국제과학복합연구단지를 구축하기 위해 연구 중이며, 홍천에는 시스템 면역의학연구소를 추진 중이다.올해 안으로 토지 구입 및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옛 서울사대 부속 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미군부대 부지를 넘겨받아 인간생명과학연구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의료시스템은 `기초 따로, 임상 따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의대에 들어간 우수 인력들이 기초연구에 좀 더 앞장서야 하고, 기초연구가 곧바로 임상과 연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의대 내 기초연구 활성화를 위한 복안이 있나.
▲우선 보건대학원 부지에 기초와 임상을 연계하는 사업 공간 및 교수회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기초와 임상 양쪽에 자리를 갖는 듀얼 어포인트먼트(Dual appointment) 제도를 활성화하고 인센티브제도 도 시행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기초대학원에 임상 의사가 전일제 대학원생이 가능토록 제도를 정비하고, 2009년부터는 MD-PhD과정의 활성화를 위한 병역특례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기초와 연구병원의 복합단지를 관악.청라에 조성하고, 기초와 임상 협동과제 분야에 대해 연구비를 증대시킬 계획이다.
--서울대의대가 전국 의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서울대의대의 교육방식이 다른 의대의 교본이 될 수 있다. 어떤 교육시스템을 지향할 것인가.
▲의학교육에 앞서 인성교육을 강화할 생각이다. 현재 모든 의대 건물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공사를 하고 있다. 또한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화 및 점자교육을 시작했다. 교수들은 점자명함도 만들고 있다.
또한 교육 과정 중 실습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3~4년차를 위한 실습모델을 개발 중이다. 보통 1~2학년 교과과정은 질병 위주이고, 3~4학년은 환자 위주인데 어떤 증상을 줬을 때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나를 보기 위한 `증상별 접근방법'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의대 교육과정에서 기본을 가르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논의 중인 영리법인과 당연지정제 폐지, 민영의료보험 확대 등에 대한 생각은.
▲영리법인제, 당연지정제 폐지, 민영의료보험 확대 등은 규제 개혁 및 글로벌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인 찬반을 떠나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도입 초기 기존 제도 및 관행과 상충돼 나타나는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점진적인 추진과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의료정책 연구실을 통한 적극적 대안 제시를 할 계획이다.
--요즘 대학마다 연구 안 하는 교수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학장 재임기간 교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갖고 있는 복안이 있나.
▲상대평가를 통해 무조건 일정 부분의 교수에게 탈락을 강요하는 방법은 진정한 연구 진작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채찍 일변도의 정책은 우수 인재가 새로 유입되기를 꺼리게 할 수도 있으며 학교에 계시던 유능한 교수가 학교를 떠나가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 초임 발령시에는 매우 엄정한 잣대로 선발하고 일단 임용 후에는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최선을 다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번 학장 선거에 유례없이 많은 교수들이 후보로 나섰는데 과열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학장 선거를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학장 직선제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직선제는 현 학장 재임 중 학장 선출에 관한 학내 교수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직선제의 찬성 의견이 더 많아 유지되고 있다. 학장 직선제에 대한 역기능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학내 문제의 양성화에 따른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고, 소외돼 있다고 생각하는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가 되는 등 순기능적 요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임기 중에 구성원의 여론을 들어 더 나은 학장 선출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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