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학살 기간 한 로마가톨릭 신부가 교회 내에 피신해 있던 2천명의 주민이 학살된 것과 관련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탄자니아 아루샤에 소재한 르완다전범국제재판소(ICTR)는 13일 대학살 기간 르
완다 서부 냥게 지역 교구 신부였던 아타나세 세롬바(43)에게 1994년 대량학살에
가담한 혐의를 인정, 15년형을 선고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재판부는 다수족인 후투족 민병대 공격을 받은 소수부족 투치족 주민들이 교회
로 피신한 상황에서 세롬바 신부가 불도저 기사에게 말을 걸어 교회를 붕괴시키는
것을 고무하는 한편 어느 곳이 가장 약한 부분인 지를 가르쳐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성명은 더욱이 세롬바가 존경받는 가톨릭 신부였던데다 그를 믿고 교회에 피신
한 주민들을 저버린 점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가 당시 31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였던 점과 대학살 기간 이
전에 신도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었던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후투족 민병대들이 수류탄 등을 던져 교회 내 투치족을 살해한 데
이어 생존자들을 섬멸하기 위해 세롬바가 불도저 기사에게 지시해 교회를 붕괴시키
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ICTR이 1997년 재판을 시작한 지 가톨릭 신부가 유죄를 선고받기는 이번이 처음
이다. ICTR은 다른 두 명의 가톨릭 사제 공판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앞서 ICTR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10년형을 복역한 전
그리스도재림교회 목사 엘리사반 은타키루티마나(81)가 석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르완다 법정은 지난 9일 로마가톨릭 수녀 터피스터 무카키비비 수녀
에게 대량학살 혐의를 인정, 30년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르완다 남부 지역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현지인 출신인 그녀가 이
곳에 수용돼 있던 투치족을 골라 외부로 내보내 후투족 민병대원들에 의해 살해되
도록 했다고 판결했다.
또 2001년 벨기에 법정은 2명의 수녀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수녀들은 르완다 한 수도원에 숨어있던 투치족을 내보내 7천명이 살해되도록 방조
한 혐의를 받았다.
이처럼 로마 가톨릭 사제 등 일부 성직자들이 대학살에 가담한 이유에 대해선
뚜렷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는 유죄가 인정된 성직자들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해 가담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롬바 신부의 경우에도 자신은 후투족 민병대가 투치족을 공격하는 것을 막을
만한 힘이 없었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르완다 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14일 전화통화
에서 "그(세롬바)가 후투족이기 때문에 투치족 공격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당
시 일부 후투족들도 공격을 당했다"며 "다만 성직자들이 유죄 선고를 받는 것은 그
들의 성직자로서의 책임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대학살 기간 일부 성직자들은 투치족 보호에 나서기도 했지만 일부
성직자들은 대학살에 동조하기도 했다"며 "그 같은 행태는 교단 차원의 것이라기 보
다는 개인적 성향에 근거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르완다 대학살은 1994년 4월부터 불과 100일 동안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 80만
-100만명이 후투족 민병대 등에 의해 살해된 참사를 말한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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