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한겨레 등 주요 일간지 인터넷 자회사들의 모임인 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에서 대형 포털사에 파격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포털에 송고한 기사를 1주일이 지나면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하여 검색이 불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각 포털의 블로그 등에서 ‘복사하기’, ‘퍼가기’ 등 불법 복제를 방조하는 장치도 없앨 것을 요구했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도, 거대 포털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던 주요신문사들로서는 처음으로 단합된 힘을 과시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문사들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현재까지는 미지수이다. 이제껏 신문사들이 공동으로 포털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포털이 개별 신문사와 직접 협상을 하기 때문이었다. 단일한 안을 만들어도, 다음날 포털의 로비와 협상에 무너지곤 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디지털 관계자는 “포털이 벌써 개별 회원사와 접촉을 시작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계약의 주체는 협회가 아닌 개별사이므로, 회원사 하나하나씩 설득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편집방향과 매출액 규모 등 워낙 다양한 신문사가 소속된 온신협이나 신문협회가 언제까지 공동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동대응 전선이 흔들리는 것은 포털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미 네이버가 검색시장의 70%를 장악하면서, 포털은 곧 네이버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네이트와 야후 등 3-4위 그룹은 네이버의 독과점으로 인해 벌어지는 비난을 함께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들은 차라리, 확실하게 입법이 되어서 포털 사업판의 게임의 룰이 바뀌는 것을더 선호할 수도 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네이버에게 모두 잠식당할 판이니 말이다.
그 점에서 이번 온신협의 조치는 사실 임시방편에 가깝다. 온신협에서는 포털이 뉴스의 취사선택 배치하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7일 간은 검색도 허용했다. 7일 이후의 기사를 검색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포털로서는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7일 이후의 기사를 검색하러 해당 신문사 사이트로 유입되는 방문객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무차별 불법복제를 조장하는 블로그 퍼가기 기능 등을 금지하라는 조치는 타당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 끝이다.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인터넷미디어협회와 인터넷기자협회는 7월 2일, 국회에서 새로운 ‘검색서비스사업자법’ 공청회를 연다. 양 협회는 한나라당의 김영선 의원, 민주당의 이승희 의원 등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검색서비스사업자법’과 ‘신문법 개정안’을 제출해놓았다.
이 두 법안의 목적은 뉴스는 해당 언론사 사이트에서 보고, 검색은 포털에서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검색서비스사업자법’에는 검색서비스사업자가 신문법 상 인터넷신문과, 선거법상 인터넷언론을 겸영 및 겸업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첨가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이 통과될 시, 포털사는 불법적 언론권력을 포기하고, 검색정보 사이트 본연의 기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만약 포털의 언론기능이 사라지면서, 검색정보사이트로 다시 태어났을 때, 가장 크게 이득을 보는 집단은 어디일까? 독립 인터넷신문도 그렇지만, 규모로 보나 데이터양으로 보나, 신문사의 인터넷사이트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신문협회나 온신협에서는 검색권력과 언론권력을 분점하도록 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 역시, 조선일보가 주도하는 뉴스뱅크사업을 고려하면 매우 복잡해진다. 포털로 전송한 뉴스에서 해당 신문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하도록 하는 뉴스뱅크사업을 포털이 받아준다면, 7일 이후 기사 삭제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포털 측에서는 온신협의 조치가 포털 내에서 광고영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문사의 협박성 선언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한 포털의 고위 관계자는 “신문사들이 기사로는 포털에 원칙을 강조하지만 뒤로는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으려고 혈안이다”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 동안 당하기만 했던 신문사들이 처음으로 공동대응에 나섰다는 점만큼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사의 이득만을 위해서 편법적인 조치만을 생각하지 말고, 보다 더 큰 차원에서 인터넷산업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신문사가 이득을 가져가는 방식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포털과의 협상에만 의존하지 말고, 올바로 된 법과 제도로 해결하자는 말이다. 그리고 어차피 신문사들의 협조 없이 법과 제도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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