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50원대로 떨어지며 수출 경기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 하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9년8개월만에 750원대 하락 =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00엔당 5.50원 급락한 757.10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9년8개월만에 처음으로 100엔당 750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97년 10월16일 754.80원 이후 최저수준이다.
최근 원.엔 환율 하락세는 일본의 금리인상 지연 등으로 엔화 약세가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금리를 내릴 것으로 관측되던 미국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05년 12월 이후 무려 8차례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두 차례 인상에 그친 일본과 금리 격차를 3.5%포인트로 넓혔다.
이에 따라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해외 자산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엔캐리트레이딩이 재개됐고 엔.달러 환율은 3월 중순 115엔선에서 122엔대로 상승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주가 호조에 따른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과 조선업체 수주분 등 매물 부담으로 920~930원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엔저 장기화 우려..대비책 마련 필요 = 전문가들은 일본의 금리인상이 지연되고 있어 원.엔 환율 하락세도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 하반기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로권에 비해 여전히 일본의 금리가 낮기때문에 엔캐리 트레이딩의 청산을 기대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3~4번 정도의 금리 인상이 이뤄진 내년 하반기까지는 국가간 자금흐름 변화에 따른 원.엔 환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원.엔 환율 고점인 820원선보다 100원 정도 낮은 720원선까지 떨어져야 지지선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엔저 심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의수 재정경제부 일본 주재 재경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당국이 엔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철수 역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및 이에 따른 환율 조정은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원가절감 노력 등 엔화약세 장기화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4월까지 대일 수출 증가율은 1.1%에 그치고 있으며 대일 무역적자는 101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원.엔 환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금리 인하 전망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910원선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원.엔 환율이 740원대로 밀리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 엔화의 이상 약세 현상은 일본의 금리인상 기조가 뚜렷해지면 차츰 정상화될 것으로 보여 원.엔 환율도 느리게나마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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