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창훈이수앱지스 대표][편집자주] 【'머니투데이 바이오뉴스'는 투자자들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가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이수앱지스의 최창훈 대표의 기고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이 기고는 2회입니다.】
몇몇 창업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비교적 단기간 개발될 수 있는 정보기술 분야와는 달리 바이오 기술은 오랜 연구기간과 인력,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그만큼 자금조달 문제가 치명적인 족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국내 많은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이러한 연구개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산학연 혹은 거대 제약사와의 동맹을 맺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형태의 동맹은 국내 바이오 시장에 매우 적합하다.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회사 외부 인력으로부터 값진 지식과 경험을 접목시킬 수 있으며, 개발된 기술을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또 기술개발이 완료되어 기술이전이나 제품의 상용화에 있어 이러한 상생관계는 기업의 인지도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많은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과학과 기술에 집착한 나머지 날카롭고 냉엄한 시장 현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바이오 기술에 대한 신념을 갖고 기반기술과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되고,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장 모델이 필요하다.
비록 국내 바이오시장의 역사가 일천하긴 하지만, 그 짧은 기간내에도 많은 기업들이 한순간 주목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장의 입장에서는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예상되는 기간 이후에도 스스로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는 생존모델이 필요하다. 이 생존모델을 명확히 제시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 창투사들을 통해 바이오 기업이 한번에 조달할 수 있는 벤처 파이낸싱 규모는 많아야 30억원 정도다. 100억원대 이상의 자금 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프로젝트성 파이낸싱도 KT&G외 다른 국내 제약회사 등에서는 아주 드물다. 필자가 아는 한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는 5000만달러(약 500억원)을 창투사들로부터 한번에 조달 받은 바 있다. 이렇게 외국과 한국의 바이오 시장 모델은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다.
결국 국내 바이오 벤처들은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자금지원이 힘들뿐 아니라 스스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이다. 많은 선진기술과 특허를 보유한기업들이 간판을 내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바이오 사업모델은 단기간에 수익을 확보, 기업의 운영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와 상생경영을 해 나가는 모델이 현 시기에는 효율적인 시장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단기적 현금흐름의 문제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개발하거나, 세계에 통할 수 있는 기술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이를 사장시켜 버린다. 우리의 시장환경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대규모 파이낸싱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 못한다면, 그 기업은 결국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창훈이수앱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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