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더 오르지 않을 겁니다. 고정금리부 대출보다 이자가 싼 변동금리부 대출을 받으세요"
최근 경기도 신도시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기존 고금리의 신용대출을 갚으려던 회사원 윤모 씨(34.여)는 대형 은행 상담직원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윤 씨가 상담한 이달 중순에는 주택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지난달 중순 이후 한달새 0.08% 급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후 CD금리는 직원의 전망과 달리 0.05% 포인트 추가 상승하며 연 5.07%로 치솟았고 금리의 추가 상승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 은행은 또 고정금리 대출 상품으로 3년이내 일시상환 방식만을 제시했다.
3년 이상 장기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 변동금리부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씨가 찾은 다른 은행은 3개월 변동금리부 대출외에 고정금리부 대출로 10년만기 모기지 대출만을 안내했다.
3년이나 6년 만기 대출을 받으려면 3개월 변동금리부 대출을 선택하거나 1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뒤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고 상환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2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은행들이 여전히 고객들에게 변동금리부 대출을 유도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장기로 변동금리부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전적으로 고객이 져야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3개월 변동금리부 대출과 3년 고정금리부 대출간 금리차이는 0.24~0.28%포인트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한차례만 인상하더라도 변동금리부와 고정금리부 대출의 금리가 비슷해질 수 있으며 CD금리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부 대출을 받은 고객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실제 2004년 5월말 이후 3년간 CD금리 상승폭은 연 1.18%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변동금리부 대출로 2억원을 빌린 고객의 연간 이자 부담이 236만원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 CD 발행을 늘리며 CD금리와 이에 연계된 주택대출 금리를 상승시키고 있는 은행들이 변동금리부 대출만을 권유하는 것은 지나친 잇속 챙기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주택대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은행들이 중기 대출 확대 등 내부의 자금 사정으로 CD발행을 늘리고 있어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과 농협 등 7개은행의 CD발행 잔액은 24일 현재 63조6천164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9천915억원이나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주택대출 증가폭은 10분의 1인 4천992억원에 불과했다.
RMBS(주택담보대출 유동화채권) 발행 등을 통해 주택대출을 1조4천억원 가량 줄인 SC제일은행을 포함할 경우 은행권 주택대출은 오히려 전월보다 9천462억원 감소했다.
반면 7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24일 현재 198조8천792억원으로 전월말보다 3조3천4억원 늘었고 연중으로는 17조7천304억원 급증했다.
5조원에 육박하는 이달 CD 순발행분이 주택대출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됐지만 CD발행 증가에 따른 금리상승의 부담은 CD연동 대출인 주택담보대출 고객이 져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유동성 규제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도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변동금리부 대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며 "은행들이 이를 외면한 채 변동금리부 대출을 권유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금리 상승 위험을 전가시킨 채 이자 이익 확대에만 신경쓰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고정금리부 대출 확대와 CD연계 대출금리 체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연구원 강종만 연구위원은 "국내 주택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정금리부 주택금융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보유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유동화해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적극 검토하는 등 주택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원의 다양화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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