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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에 3년 만에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 20년 만에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이란 영예를 안긴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인간의 삶이란 과연 어떠한가'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감독이 1988년 이청준 씨의 단편 '벌레 이야기'를 읽은 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한 편의 장편영화로 만들어졌다. 그가 4년 만에 감독 복귀작으로 내놓은 '밀양'은 인간과 삶을 향한 그의 끝없는 질문이 한층 밀도 있게 그려져 있다.
여주인공 신애(전도연 분)는 극단의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리고 종찬(송강호)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묵묵히 지켜본다.
신애가 부딪힌 상황은 평범한 인간의 삶에서 가장 힘든 장면들이다. 남편이 죽은 뒤 세상의 전부인 아들과 남편의 고향 밀양에 찾아온다. 그 곳에서 신애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마저 유괴당해 죽는 모진 고통을 당한다. 아들의 죽음은 어찌 보면 신애의 자만과 허영 탓. 낯선 사람들과 융화하기 위해, 혹은 그들과 다르다고 말하기 위해 부렸던 허세가 결국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
신애가 밀양으로 온 첫날 만난 카센터 사장 종찬은 신애 곁을 맴돈다.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스러져가는 신애가 어느 날 갑자기 신에 의지해 교회를 찾을 때도 종찬은 그와 함께 한다.
신애가 신에게 구원을 받았다고 자신하며 아들의 살해범을 만난 순간, 신애는 자신이 생각했던 신의 구원이 얼마나 부질없었던 것인지 깨닫는다. 신에게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 살해범으로 인해 신애는 인간과 신에게 절망하고 만다.
그는 일탈된 행동을 보이며, 결국 정신까지 놓고 만다.
'밀양'은 그럼에도 신애가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또한 삶이라고 말한다. 고통도, 구원도, 용서도, 분노도 생이 지속되는 한 내내 안고 가야 할 삶의 편린일 뿐이다.
'비밀스러운 햇빛', 혹은 '빽빽한 햇볕'이라 해석할 수 있는 '밀양'은 대한민국 보통의 소도시이기도 하다. 누구나 그런 상황을 맞을 수 있고, 대부분 그런 상황을 맞는다 해도 그저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밀양'에서 햇살은 아주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첫 장면 신애와 아들이 누워 바라보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 신애가 신에게 절망한 채 신에게 도전하는 순간 신애를 향해 정면으로 내려앉는 햇살, 그리고 마지막 장면 신애 집 마당에 비추는 한 조각 햇살까지.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해묵은 과제를 두고두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서울=연합뉴스) ka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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