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이 17일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당 지지자들 간의 유혈충돌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노린 공습을 4차례나 단행했다.
이 공습으로 하마스 무장요원과 민간인 등 최소 6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 보안요원들이 사용하는 가자시티의 2층짜리 건물을 공격한 데 이어 하마스의 이익시설과 하마스 요원들이 타고가던 차량에 잇따라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 군은 가자시티의 건물을 공습하는 데 F-16 전투기를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은 이 공습으로 1명이 사망하고 민간인을 포함해 45명이 부상했다며 많은 주민들이 생존자 구조작업에 참가해 무너진 건물 속에서 부상자들을 끌어냈다고 참상을 전했다.
이스라엘 군은 16일에도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에 있는 하마스 시설을 공습해 5명을 죽였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내분사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리 에이신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 5개월 간 로켓공격을 계속 받았지만 대응을 자제했다"며 테러를 공공연하게 외치는 하마스가 상황을 주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이날 자체 웹사이트와 라디오, TV 방송을 통해 파타당이 이스라엘과 결탁했다고 비난했다.
살레 바르다윌 하마스 의원은 "이스라엘과 파타당은 하마스를 약화시킨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앞잡이들이 파타당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가자지구 방문 계획을 취소한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하마스 무장세력이 암살하려 했다는 의혹이 파당당 측에 의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지난 3월 공동내각을 구성한 하마스와 파타당 간의 사이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 계열 무장조직인 이제딘 알-카삼 여단은 자살폭탄 공격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맞서겠다고 위협했다.
이스라엘 군은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주재로 16일 열린 안보내각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공격에 단호한 대응방침이 결정된 뒤 탱크와 장갑차 등을 가자지구 주변에 전진배치해 놓았다.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이스라엘 군 탱크 15대가 북부 가자지구의 안쪽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군은 2005년 9월 가자지구에서 정착촌을 모두 철수한 이후 여러 차례 무장세력의 로켓공격을 저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가자지구 안쪽으로 지상군 병력을 투입했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지난 13일 하마스와 파타당 지지자들 간의 무력충돌이 재개된 후 이스라엘 스데로트 지역으로 수십발의 로켓을 발사해 주민 2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내분을 잠재우기 위해 로켓공격의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랍권에서는 작년의 레바논전쟁 관련 보고서가 공개된 후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올메르트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팔레스타인 사태를 이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하마스와 파타당 지도부의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17일 양측 간의 충돌로 3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격화한 지난 5일 간 50명 정도가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 아랍권 지도자들은 하마스와 파타당 양측에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생각해 폭력사태를 끝내라고 촉구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극도의 자제심을 보여줬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둔했다.
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2국가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원칙론적인 견해만 피력했다.
(카이로=연합뉴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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