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아랍권이 10일 이집트에서 아랍권이 마련한 중동평화안의 이행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카이로를 방문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이집트, 요르단 양국 외무장관과 별도의 접촉을 갖고 중동평화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과 아랍권 대표가 공식 회동한 것은 지난 3월 아랍권의 평화안이 부활한 후 처음이다.
리브니 장관은 무바라크 대통령을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랍연맹이 협상대표로 지정한 이집트와 요르단의 외무장관이 향후 수주 안에 이스라엘을 방문해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와 함께 가자지구의 치안상황, 시나이 반도를 통한 가자지구로의 무기류 유입,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공격 문제와 이란 핵 사태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강화하자는 리브니 장관의 제안에 대해 각료들의 이스라엘 방문을 독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권 협상대표로 선정된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이집트 외무장관과 압델라 알-카티브 요르단 외무장관은 리브니 장관에게 아랍평화안의 골자를 설명했다.
리브니 장관은 이날 접촉을 이스라엘과 아랍연맹 대표들 간의 역사적인 만남으로 규정하고 아랍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랍평화안의 핵심인 점령지 반환과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현지 관측통들은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평화안에 관한 합의가 도출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랍 평화안은 =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권 22개국의 모임인 아랍연맹(AL)이 지난 3월 사우디 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개최한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평화구상이다.
이 평화안은 2002년 베이루트 정상회의 때 채택됐지만 이스라엘의 거부로 사장됐다가 이번에 부활했다.
평화안의 골자는 이스라엘이 1967년의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점령한 땅을 모두 반환하고,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하면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인정해 수교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과 수교한 중동지역의 아랍국가는 협상창구로 지정된 이집트와 요르단 뿐이다.
이 평화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반환을 주장하는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과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 레바논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셰바팜스 일대를 포기해야 한다.
또 주변국에 거주하는 수 백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원래 고향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 평화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평화안 가운데 동예루살렘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점령지와 유대인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훼손할 있는 난민귀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협상대표인 이집트와 요르단은 지금까지는 평화안의 수정이 있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아랍권 대표들이 향후 협상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일부 수용하는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팔레스타인 집권세력인 하마스와 점령지의 온전한 반환을 요구하는 시리아나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랍평화안은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카이로=연합뉴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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